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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남대문 시장. 미세먼지로 인해 시장을 찾는 관광객과 소비자가 평소 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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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ust)의 공포가 한국을 덮쳤다. D가 덮친 현장을 취재했다.
“매출 반 토막 났지 머.” 14일 오전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김정헌(53) 씨는 “미세먼지가 야속하다”고 했다. 10년 넘게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어려운데 미세먼지까지 하늘을 뒤덮으니 사람이 없어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허공에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를 외치며 신발에 쌓인 먼지만 연신 털어냈다.
김 씨의 신발 가게 인근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서 모(32) 씨는 “시장 유동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보통 저녁까지도 손님이 다니는데 어젠 미세먼지 여파로 발길이 일찍 끊겼다. 장사가 안되니 다른 가게도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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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모습. 미세먼지 여파로 소비자 발길이 뚝 끊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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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미세먼지로 소비자 발길이 줄면서 장사를 늦게 시작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상점들도 있었다. 인왕시장 인근에서 과일을 파는 한 모(61) 씨는 “동절기라 장사가 안 되는데 미세먼지까지 겹치니 손님이 많이 없다”며 “물가는 오르고 지갑은 안 열리는 상황에서 먼지로 인해 더 악화했다. 하루 5만원 정도 팔았는데 지금은 3만원 정도 팔린다. 장사가 안되니 내 밥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밥 먹는 것을 제일 먼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명절 대목을 앞둔 전통 시장이 텅 비었다. 13일에 이어 수도권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되면서다. 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는 데다 관광객마저 실내 쇼핑몰 등으로 몰리면서 시장을 찾는 발길은 뚝 끊겼다.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 상인들도 울상이다. 연일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붕어빵이나 떡볶이, 번데기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홍제역 근처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홍경애(75)씨는 “사는 게 힘들다. 오늘 장사를 괜히 나왔다”고 했다. 홍 씨는 “미세먼지가 심해 노점 장사가 더 안된다”며 “나부터도 이렇게 미세먼지 많을 땐 노점 음식을 사 먹을 생각이 안 드는데 손님들은 오죽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에 하루 1만원을 벌었다면 지금은 2000원도 못 번다. 차라리 박스 줍는 게 낫다”며 “박스는 밑천이 안 들지만, 붕어빵은 안 팔리면 반죽을 버려야 한다. 그래도 그날그날 희망을 갖고 나오는데 한나절만 있으면 나도 목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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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홍제역 인근 노점상들이 미세먼지 여파로 문을 닫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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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에서 번데기를 파는 한 상인은 “미세먼지가 심해진 어제(13일)부터 관광객도 안 와서 주말 장사를 망쳤다”며 “미세먼지 여파로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전에 일기예보를 챙겨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땐 장사를 접어야 하나 싶다가도 일을 안 하면 생계가 어려워져 울며 겨자 먹기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시장을 찾아 쇼핑하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기가 꺼려진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최진영(34) 씨는 “조금만 걸어도 눈이 따갑고 숨쉬기가 힘들어 시장을 갈 엄두가 안 난다”며 “뿌연 하늘 밑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지도 않다. 밖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내에 머무르려고 한다”고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제품 판매도 껑충 뛰었다. 온라인몰 11번가에선 수도권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실시된 지난 13일 하루 동안 마스크 거래량이 전주 같은 날보다 760% 증가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있던 11일부터 마스크 거래액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미세먼지의 습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제일 먼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필요할 때 사용한다”며 “지난해엔 필터를 교환해 쓰는 고급형 마스크가 시선을 끌었지만, 고가인 데다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반 마스크 판매가 꾸준한 상황”이라고 했다.
곽재민ㆍ최연수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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