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트럼프 Vs 펠로시…국정주도권 다툼에 美셧다운 사태 수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원 장악' 민주..달리진 美의회 권력구도 '주목'

2020년 美대선 앞두고.. 국정주도권' 다툼 여파

80만명 연방 공무원 직격탄..美국민 피해 '눈덩이'

빌딜 무산·중재 거부..결국 비상사태 선포 수순 밟나

이데일리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트럼프 셧다운’이 있어서는 안 돼요.”(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사진 왼쪽) VS “뭐요? 지금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했나요? 난 ‘펠로시 셧다운’이라고 부르겠소.”(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미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열흘 앞둔 지난해 12월11일 워싱턴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57억달러) 이견으로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폐쇄(셧다운) 사태를 막겠다며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이렇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6 중간선거를 통해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빼앗아 간 하원의 힘을 새삼 뼈저리게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32일이 지난 12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 22일째를 기록하며 1996년 1월 21일간 이어진 빌 클린턴 당시 행정부 기록을 경신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양측 모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피해자인 美 셧다운사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미국 국민들의 안전과 안보를 약속했고, 남쪽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셧다운을 끝내고 남부 국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끔찍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종식시켜야 한다. 내가 백악관에서 기다리고 있다”면서 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데일리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셧다운 사태로 드러난 美 하원의장의 ‘막강파워’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미 하원의장 간 ‘강(强) 대 강(强)’ 대결로 요약되는 이번 셧다운 사태가 처음부터 타협의 문을 닫아놓은 건 아니었다. 양측은 셧다운 이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백악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그러나 만남을 거듭할수록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마지막 접촉이었던 지난 9일 회동에선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여론전’을 통한 힘겨루기는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카드에 이어 22일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불참을 선언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펠로시 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펠로시는 정치적 압박을 느끼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게 트럼프식 협상”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데일리

사진=AFP


◇“밀리면 끝장” 트럼프 Vs 펠로스 ‘국정주도권’ 다툼

지난 3일 펠로시가 예상대로 하원의장에 선출되자,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고 썼다. 펠로시는 취임사에서 “나는 여자이지만, 주먹을 어떻게 휘두르는가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미 하원의장은 대통령·부통령(미 상원의장 겸임)에 이은 권력서열 3위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 면에서 주로 법안을 다루는 하원의 영향력은 상원을 압도한다. 팁 오닐 전 하원의장은 “미국의 힘은 백악관이 아닌 의회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번 셧다운 사태의 본질은 ‘국정주도권’ 다툼이다. 트럼프는 이번 싸움에서 밀리면 2020년 재선의 발판을 마련하기 어렵다. 8년 만에 하원의장에 다시 선출된 펠로시 역시 트럼프에 맞서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어느 지점에서든 격돌이 불가피했던 두 사람이 맞붙은 지점이 멕시코 국경장벽이고 셧다운이다.

이데일리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사진=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빅딜 무산…셧다운 비상사태 선포로 가나

‘빅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트럼프는 민주당에 장벽예산을 25억달러로 낮추고, 콘크리트가 아닌 강철 방어벽을 세우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제안한 ‘장벽예산 승인’과 ‘불법 체류자의 체류 자격 연장’ 간 맞교환 빅딜은 오히려 트럼프가 거부했다.

결국 ‘국가비상사태’ 선포만이 ‘해법’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백악관은 장벽 건설비용 조달을 위해 육군 공병단에 재해복구지원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지 검토를 지시했다.

다만 트럼프는 11일 “국가비상사태가 쉬운 해결책이지만 빨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하려는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당분간 여론의 추이를 보겠다는 의미다. 미국 CBS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와 함께 9∼11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전국 성인 1470명 대상)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가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는 “셧다운에 대한 계획이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를 거듭 암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이미 의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으로 규정하며, 고소·고발 진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최장 기록을 경신한 美셧다운 사태가 미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함께 수렁 속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데일리

사진=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