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EU, 브렉시트 협상 합의했지만 의회 통과 쉽지 않아
英 정부, '노 딜' 준비 강화…산업계 "경제충격 불가피" 우려
영국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실시 (PG)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가 19일(현지시간) 기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영국은 지난해 3월 29일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 영국-EU 합의했지만 英 의회 통과 쉽지 않아
영국과 EU는 지난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년 5개월(29개월), 양측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 5개월(17개월) 만인 지난달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이혼'은 의회 비준절차에서 제동이 걸렸다.
영국은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당초 지난 11일 오후 승인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부결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전격 연기했다.
[그래픽] EU-영국 '브렉시트' 협상 공식 서명 |
영국 앞에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수용, EU와 아무런 미래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별하는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브렉시트의 중단 내지 취소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놓여 있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 방안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속한 집권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안전장치'가 일단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안전장치' 종료에 필요한 '법적·정치적 확약'을 EU에 요구하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 배제 못해
영국은 EU와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의회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되고,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실제 메이 총리는 전날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노 딜' 브렉시트 대비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했다.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별도 전환(이행)기간 없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한 충격이 영국 경제에 가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 딜, 노 EU, 노 메이" |
산업계 역시 100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잇다.
영국 상공회의소, 산업연맹(CBI), 제조업연맹(EEF), 소기업연맹(Federation of Small Business), 관리자협회(Institute of Director) 등 주요 기업단체 대표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정치인들이 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 대신 파벌 간 논쟁에 집중하는 것을 두려움 속에서 지켜봐 왔다"면서 "의회에서의 진전 부족은 '노 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생산성 개선과 혁신, 일자리와 임금 등에 대한 투자 대신 상품을 비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영국 내 직원과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체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십만곳은 아직 계획조차 짜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은 영국 경제규모가 세계 5위에서 내년에는 인도와 프랑스에 이어 7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같은 '노 딜' 리스크가 과대 포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혼란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영국은 독일이 주도하는 EU에 남는 것보다 더 번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떠나게 되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 교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영국 정부는 여전히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사항이라며, 표결 전까지 정치권과 여론 설득작업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이날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마크 드레이크포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 등을 만나 합의안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하원 출석한 메이 英총리…"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내년 1월 중순 실시" |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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