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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말레이시아 전 정권 수십억달러 금융 스캔들 핵심 ‘조 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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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빼돌려 할리우드 스타들에 돈 펑펑…행적 오리무중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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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레이시아에서는 “훔친 것처럼 돈을 쓰자” “10억달러짜리 크리스마스 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크리스마스카드가 대유행이다. 카드 한쪽에는 어김없이 산타복을 입은 금융인 조 로(37·사진)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에서 수십억달러를 빼돌려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준 로를 비꼰 것이다.

미국과 말레이시아가 ‘1MDB 스캔들’ 합동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핵심 인물인 로에게도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는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정부에 의해, 지난달 미국 정부에 의해 자금 세탁 혐의 등으로 각각 기소됐다. 그러나 그의 행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쿠알라룸푸르의 상점 주인 케빈 룽은 “로가 말레이시아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약간의 유머를 발휘해봤다”며 로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을 진열하기 시작했다고 12일(현지시간) CNN에 전했다.

로는 한때 “뉴욕 클럽 신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남자”(뉴욕포스트)로 불렸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피카소 그림을, 모델 미란다 커에게 800만달러(약 9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사치스러운 생활로 입길에 올랐다.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 언론들도 로의 재산 출처에 의구심을 표했다.

미국 법무부 조사 결과, 로의 돈은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에서 빼돌린 것이었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경제 개발을 명목으로 만든 국부펀드다. 로는 이 펀드에서 최소 45억달러(약 5조원) 이상의 돈을 빼돌려 나집 전 총리 비자금으로 조성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미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1MDB 자금으로 구매한 자산에 대해 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로가 나집 전 총리의 부인에게 선물한 명품 가방부터 영국의 펜트하우스, 요트, 할리우드 스타들이 로에게 받은 선물도 압류 대상에 올랐다.

1981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태어난 로는 가세가 기우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가문의 유일한 희망’이던 아들을 영국 명문 해로 스쿨로 유학보냈다. 로가 나집 전 총리의 양아들인 리자 아지즈와 친분을 쌓은 것도 이 때의 일이다. 로는 유학 시절 만난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연합 왕족과의 인맥을 활용, 중동 국부펀드들의 말레이시아 부동산 매입을 주선하면서 나집 전 총리의 신임을 얻었다.

로는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말레이 정부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총 65억달러(약 6조8000억원)의 1MDB 채권 발행을 대행하고 6억달러 상당의 수수료를 챙겼다. 뉴욕타임스는 그에 앞서 2012년 12월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가 아부다비 국부펀드 관계자와 함께 로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승승장구하던 로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자 해외로 도주했다. 그러나 로와 손을 잡은 이들은 줄줄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날 골드만삭스 자회사와 전직 직원 2명을 형사 기소했다. 나집 전 총리의 비자금 조성을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해주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자금 27억달러를 유용한 혐의다. 골드만삭스가 형사 기소 대상이 된 것은 149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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