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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기자수첩] 국산 OS 만든 티맥스, IT업계 '갑을' 관행에 돌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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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김재웅 기자


티맥스는 IT 업계에서 단연 괴짜로 통했다. 창사 10년 만에 미들웨어 업계 국내 최고 자리를 차지했지만, 갑자기 독자 운영체제(OS) 개발을 선언하고 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 워크아웃에 빠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용감한 도전이었다고 치켜세워줬지만, 허풍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실패한 OS 개발을 중소기업이 할 수 있겠냐는 조롱이었다. 시연행사에서는 불안정한 작동으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시대는 티맥스 손을 들어줬다. 오픈소스 OS인 리눅스가 개발 부담을 대폭 줄여줬고, 클라우드 시스템 보급은 사업 기회도 활짝 열었다. 지난 7월 기어이 완성된 티맥스 OS를 공개했고, 최근 우정사업본부에 납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티맥스가 다시 한 번 통념에 도전한다. 갑을 문화가 극심한 IT 업계를 상대로다. 티맥스소프트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B국민은행 '더 케이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부당하게 IBM을 선정했다고 호소했다. 추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도 중재를 요청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내용을 보면 그리 심각한 비리로 보기는 어렵다. 국민은행이 안정성을 위해 IBM을 재선택했다는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 국민은행이 IBM과 외유성 해외 출장을 떠났다는 의심에도 뚜렷한 근거는 없다. 자칫 입찰에 실패하고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티맥스가 기술검증을 위해 100억원 상당 소프트웨어와 인력을 무상제공했음에도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아팠다. 해외에서는 이를 보상하는 제도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그래왔다는 설명에 속이 더 아려왔다.

티맥스 순이익은 연 100억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 입찰을 받기 위해 목숨을 내받친 셈이다. 티맥스는 다행히 살아남게 됐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렇게 망한 을(乙)들의 숫자는 셀 수 없이 많단다.

티맥스는 국민은행이 전날 "끝까지 가겠다는 거냐"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티맥스가 끝까지 가기를 바란다. 많은 업계와 을의 지지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티맥스가 조롱을 이겨내고 기어이 국산 OS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국내 IT 업계의 갑을 관행이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재웅 기자 juk@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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