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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우보세]홍남기와 이주열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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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떨지 궁금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 주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한은 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와 이 총재는 과거에 함께 일해 본 경험으로 서로 이해의 폭이 넓어 ‘찰떡궁합’으로 통했지만 홍 부총리와 이 총재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었다. 홍 부총리가 내정됐을 때 이 총재가 사석에서 ‘홍 부총리는 어떤 분인가’를 기자들에게 도리어 물어볼 정도로 두 사람은 접점이 없다.

굳이 공통점을 꼽자면 동향(同鄕)이라는 점 정도다. 홍 부총리는 강원도 춘천, 이 총재는 원주가 고향이다. 출신 대학도 다르고 예산 파트에서 주로 일한 홍 부총리와 국제업무를 자주 한 이 총재가 직접 상대할 기회는 없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회동에 양측이 긴장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첫 만남은 이들이 어떻게 호흡을 맞춰나갈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적지 않은 편이다.

김 전 부총리는 임기 1년 6개월 동안 이 총재와 8차례 만났다. 두 달에 한번 꼴이다. 모두 김 부총리가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심지어 김 부총리는 이 총재의 생일까지 챙기는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미담을 시장에서 곱게 보는 것만은 아니다. 너무 자주 만나다가 의사결정의 중립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즉 이 총재가 이끄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경환 전 부총리의 ‘척하면 척’이란 말에 줄곧 기재부의 장단에 맞춰 금리를 내렸다는 의심을 샀다. 그 만큼은 아니어도 김 부총리와 ‘번개회동’ 역시 정책 공조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의도에 한은 뜻대로 금리결정을 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 10월에 내년 경제성장률을 낮춰 놓고서는 곧바로 11월에 금리를 올려 실기했다는 평가를 초래한 것도 김 부총리와 잦은 만남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미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부총리와 이 총재처럼 홍 부총리와 이 총재의 ‘밀월관계’는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조심스레 나온다. 내년 경제 전망이 어둡고 고용악화,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적 여건은 어렵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공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홍 부총리의 스타일을 알 수 없어 두 사람이 얼마나 빈번하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과거 두 부총리와 총리와의 관계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한은이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보다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느냐 아니냐 그 여부는 결국 두 경제수장에 달렸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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