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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대법 “페이스북에 기사 공유만 했다면 불법 선거운동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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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언론 기사를 ‘공유’하기만 했다면 불법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립학교 교사 ㄱ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ㄱ씨는 사립학교 교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7차례에 걸쳐 더불어민주당에는 우호적이고,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는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했다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결과 ㄱ씨가 기사를 공유하면서 직접 멘트를 단 경우는 이견 없이 유죄가 나왔다.

그러나 ㄱ씨가 선거 당일에 <‘더민주 경제공약 집대성 주진형 ‘새누리 정책 아이디어 고갈’>이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공유’한 부분을 두고는 1심과 항소심 판결이 엇갈렸다. 단순히 기사를 공유한 행위가 선거운동의 목적을 내포하고 있느냐는 게 쟁점이었다.

1심은 단순 공유는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기사에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 기사 공유여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ㄱ씨의 페이스북 계정 친구는 약 500명 정도로 ㄱ씨가 공유한 글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전체공개’로 설정해 놓은 점 등을 모두 종합해보면 단순히 타인의 글이나 언론기사를 공유한 것에 불과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후보자들의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재판부는 또 “페이스북은 그곳에 올라온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라며 “선거에 관한 여론 형성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공유하기 기능도 선거운동 제한을 피하기 위한 탈법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타인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목적은 게시물에 나타난 의견에 찬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용이 재미있거나 흥미롭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자료수집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는 등 목적이 상당히 다양하다”며 “아무런 글을 부가하지 않고 언론의 인터넷 기사를 단순히 1회 공유하기 한 행위만으로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ㄱ씨가 공유한 기사는 주진형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의 인터뷰로써, 주 부실장이 주장하는 내용이라는 사정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대법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는 직접 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공유하기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ㄱ씨는 그중 공유하기만 했을 뿐 아무런 글을 부가하지 않았다”며 “이는 다른 수단에 비해 능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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