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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안재만의 투자노트] "너희 때문에 성과급이…" 눈칫밥 먹는 매니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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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기금이나 주요 기관이 위탁 운용사에 맡겼던 펀드를 환매하는 일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대체로 손절매인데, 그냥 손절매도 아니고 '분노의 손절매'다. 상당한 손실을 감내하면서 팔아치우고 있다. 10월 한 협동조합이 그랬고, 뒤이어 연기금이 가세했는데 전날(17일)에도 일부 기관에서 코스닥 펀드 환매가 나왔다고 한다. 오전의 깜짝 급락은 펀드 환매 영향이 컸다.

개인 투자자들도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종목을 볼 때면, 불현듯 꼴도 보기 싫다는 마음과 함께 팔아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 엄청난 마이너스로 눈에 띄느니 아예 사라지게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팔고 나면 잠깐 동안은 속이 시원하지만, 그만큼의 손실이 확정된다. 설령 그 종목이 갑자기 반등이라도 한다면, 아픔은 배가 된다.

연말을 코앞에 두고 기관들이 수익률 관리에 한창이다. 올 한해는 부동산이 좋았고 주식은 나빴기 때문에 대체로 주식운용파트는 눈칫밥을 먹고 있다. 심지어 모 기관은 부동산과 대체투자에서는 큰 수익이 났는데 주식에서 밑지는 장사를 해, 전체 평균 점수가 깎여 연말 성과급 규모가 줄었다고 한다. 매니저들은 죄지은 것도 아닌데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파트 쪽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기도 어렵다. "왜 쓸데없이 주식을 해야 해요? 그냥 부동산만 하면 안되나요?"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내년엔 상당수 기관이 주식 포트폴리오를 줄일 예정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국민연금 또한 주식 규모를 줄일 것이기에, 굳이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돈이 떠나가고 있다.

조선비즈



매니저 입장에서는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한해였다. 특히 코스닥은 코스피지수가 비교적 선방하는 최근에도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 코스닥이 약한 원인은 2가지다. 기관의 코스닥 손절과 대주주 양도세(12월말 기준으로 주식에서 수익을 낸 자산가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수급적 요인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두 악재가 서로 꼬이고 꼬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작년 한해는 증시가 좋았다. 실력에 자신이 있는 젊은 매니저들은 문을 박차고 나가 전업 투자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후회하고 있고, 뒤늦게 친정의 문을 두드리지만 "자리 없다"는 회신을 받고 있다. 이래저래 치이는 매니저들이다.

내년은 어떨까. 어찌 됐든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12월 강세장을 '산타 랠리'라고 하고, 1월 강세장을 '1월 효과'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어쩌면 바닥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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