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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런던에서 온 편지] 110. 영국에 등 돌리는 외국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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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페리얼컬리지런던 연구진들(출처=임페리얼컬리지런던)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은 내년 3월 유럽연합에서 탈퇴(브렉시트) 합니다. 또한 연 10만명 수준으로 순 이민자를 제한하는 정책 목표를 추진하고 있죠. 여기에는 영국에 공부하러 오는 외국 학생들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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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국이 외국인, 외국 학생들에게 다소 적대적인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애초 더 나은 삶,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향하던 외국인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 때 영국은 영어를 사용하는 점 등 때문에 미국에 이어 외국 학생들이 교육을 위해 가장 많이 찾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적대적인 이민자 정책 등의 여파로 호주, 캐나다 등 다른 영어권 국가, 또는 독일, 프랑스 등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학생 비자로 유럽연합(EU)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한 EU 회원국들에게 외국 학생들을 뺏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은 국토 면적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아니면 유럽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해 턱없이 작지만 금융산업, 스타트업 산업, 문화예술 산업 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국제적으로 강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고등교육 부분이죠.

영국 캐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 등은 세계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글로벌 대학 순위를 매기더라도 통상 10위 안에는 들어갑니다. 영국 교육기관인 ‘브리티시 아카데미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 인구의 1%도 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 보고서의 약 16%를 생산해 냅니다.

영국 정부는 앞서 브렉시트까지 야기한 이유로 꼽히는 영국 내 이민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문제에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러 왔다가 학생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떠나지 않고 불법적으로 영국에 머무는 것이 기여했다고 의심했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의심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영국 내무부가 2016~2017년 비자가 만료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9%가 비자 만료 후 영국을 떠났으며 26%는 추가 학업과 일 등의 이유로 비자를 연장해 머물고 있었습니다. 비자 만료 후 불법적으로 영국에 머물 것으로 의심이 드는 외국 학생은 5%정도 인 것이죠.

이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이민자 제한 목표 수치에 외국 학생들을 여전히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영국이 이민 제한 정책에 외국 학생들을 포함시키는 등 외국 학생들에게 영국이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영국을 찾는 외국 학생들의 발길이 이전만큼 못합니다.

영국으로 오려던 똑똑한 외국 학생들이 다른 국가로 가는 것은 영국 내 소프트파워를 증진하는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들이 학비를 내고, 생활비 등을 쓰면서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기회까지 놓치는 것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외국학생 부문을 관장하는 영국의회그룹은 최근 외국학생들을 다시 영국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영국이 교육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영국 정부가 이민 제한 정책 목표치에 외국 학생들을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학생 비자 만료 후 일정 기간 일을 하면서 머물 수 있는 비자 정책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아울러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과 공조해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영국과 유럽연합 대학이나 연구소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재 영국에서 머물고 있는 유럽연합 회원국 학생들에게 그들의 비자 상태와 펀딩 권리가 브렉시트 이후 어떻게 바뀌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대학 등도 외국 학생에게 어필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영국 이외의 국가에 캠퍼스를 짓고 해당 국가 학생 등을 유치하거나 현지 대학과 연계한 학위 프로그램도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는 방안으로 꼽힙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영국 대학은 외국에 총 39개 캠퍼스를 설립해 2만6000여명의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2015~2016년 70만3000명의 학생이 해외에서 영국 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다만, 이같은 경우 현지 캠퍼스나 프로그램의 교육의 질이 영국 본교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기도 합니다.

외국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과 더불어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대학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유럽연합 펀딩을 잃게 된 것이 꼽힙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은 영국 내 대학 연구원들이 유럽연합이 운영하는 연구 부문 펀딩을 신청할 자격이 없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유럽연합 펀딩 예산은 지원 규모 등에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 연구원들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영국 대학들은 묘안을 짜내는데 고심하고 있습니다.

과학분야에 강한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은 독일 뮌헨공과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연구원들을 공동으로 채용하고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이 파트너십으로 배출된 연구원들은 독일 대학에도 소속되면서 유럽연합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되죠.

앞서 임페리얼대는 프랑스의 가장 큰 정부 연구기관인 CNRS와 런던에 합작 수학연구소를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임페리얼 소속 영국 수학자들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프랑스 연구원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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