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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고] 자살예방 대책 기구 상설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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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얼마 전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투신했고 맘카페를 통해 아동학대 가해자로 내몰린 유치원 교사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1만246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출산 국가로 전락한 마당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통령은 자살예방·교통안전·산업안전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로 선정해 임기 동안 사망자를 50% 줄이겠다고 했다.

다행히 9월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8%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자살의 경우 작년 말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청소년들의 추종·모방 자살 우려가 있고,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한 자해 동영상에 노출돼 있으며 대중가요나 드라마에도 자살이나 자해란 단어와 장면이 자주 언급된다. 이런 상황이라 청소년 자살자 수가 최근 급증했다. 특히 7월에 유명 정치인이 자살하고 최근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살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필자는 일본과 덴마크의 자살 예방 대책을 살펴보기 위해 현지에 다녀왔다. 일본은 2003년 연간 자살자 수 3만4000명을 2017년에 2만1302명으로 37.3%나 줄였다. 일본은 자살을 줄이기 위해 자살 대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한국의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내각부에서 총괄 지휘하는 데다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강력한 의지를 가져 자살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지역마다 의사·교사 등 민과 관이 촘촘히 연계된 민관협의회가 구성돼 자살 고위험군 발견, 상담, 구호 조치와 유가족 지원을 하고 있다.

덴마크는 인구가 570만명으로 1980년대 자살자 수가 연간 1600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516명으로 3분의 1로 줄였다.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자치당국과 민간단체 등이 힘을 합쳐 긴밀한 연계 체계로 법제도를 완비하고 자살 위험 요인과 위험 있는 사람들을 위한 대응책과 자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매뉴얼을 마련하는 한편 자살 수단이었던 가스의 유해성분 제거와 진통제의 포장과 판매 방식을 달리해 가스나 약품으로 인한 자살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자살을 더욱 줄일 수 있을까. 자살 예방은 보건복지부가 주관 부처로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1990년대에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1만4000명씩이나 발생하자 국무총리실에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이 상설기구로 발족돼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교통 관련 단체들이 서로 힘을 모아 대책을 추진한 결과 2017년 현재 4185명으로 대폭 줄였듯이 자살 예방도 교육부, 국방부, 경찰청 등 온 부처가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시행해야 하기에 컨트롤타워로 총리실에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연결 체계도 미흡하고 지자체장들의 자살 예방 의지도 약한 편이다 .

일본 지자체들이 자살 예방 대책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은 시민단체인 라이프링크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단체는 지자체별로 자살 예방 대책과 실적을 조사해 언론에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각 지자체장들이 자살 예방 교육에 직접 참여해 강한 의지로 자살 예방 대책을 실천해 자살률을 크게 줄였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지만 그 유가족은 뼈를 깎는 슬픔에 평생을 힘들어한다. 자살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재난이고 아픔이기에 시민단체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서는 내년에 17개 시도의 자살 예방 대책과 실적들을 조사 분석해 언론에 공표할 예정이다.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구조와 환경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함은 물론 지자체장들이 의지를 갖고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민과 관이 함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추진해야만이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50%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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