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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라이프 트렌드] 도시생활 접고 어촌에서 제2의 삶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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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살리기 성공 스토리

지난 6~7일 해양수산부 주관, 한국어촌어항공단 주최로 군산새만금컨벤션에서 ‘제13회 전국 어촌마을 전진대회’가 열렸다. 이날 ‘우수 귀어·귀촌인 대상’과 ‘우수 어촌계 대상’에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도에 안착한 조상현(42)씨와 ‘젊은 피’가 많아진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적량마을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우수 귀어·귀촌인 대상 조상현 대표
중앙일보

우수 귀어·귀촌인 대상을 받은 조상현(사진1)씨는 2015년 1월 아내, 세 자녀와 함께 노화도로 귀어했다. 충남 당진의 한 기업에 다니며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 왔지만 바다가 좋아 과감히 도전한 것이었다. 연고도 경험도 없었던 그는 귀어귀촌종합센터를 통해 귀어 취적지를 노화도로 정했다. 이곳은 땅끝마을 해남에서 배로 30분 더 들어가야 하는 지역으로 전복의 고장으로 불린다. 귀어 직후 집을 구하지 못해 노화도 포전리 마을회관에서 4년간 거주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 전복 양식·가공업 등 귀어귀촌 교육 4종을 이수했다. 노력 끝에 2016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어업인 후계자(어업 자금을 지원받을 자격을 갖춘 자)와 지난해 완도 사무국장에 선정됐다. 지난해 전복 소매업에 뛰어든 그는 현재 연간 1억5000만~2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완도군 수산업경영인연합회 노화읍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지역민과 어울려 살고 있다. 그는 전복 직판장과 주택을 구입해 어업 기반을 마련하며 노화도에서의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내년 4월께 전복 가공공장과 펜션이 완공되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1년 반 동안 전복 양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품종을 다양화하기 위해 조개류인 비단가리비 양식에도 뛰어들었다.

우수 어촌계 대상 적량마을
중앙일보

적량마을(사진2)이 우수 어촌계 대상을 받기까지는 이곳 어촌계장인 김문권(58)씨의 공이 컸다. 그는 30여 년간 경남 김해에서 조선기자재 제조업에 종사하다 2012년 부인과 함께 적량마을로 귀어했다. 거주민은 대부분 70대 이상으로 젊은 사람이 드물었다. 2015년 어촌계장이 된 그는 이곳에 젊은 귀어인을 유치해 마을 어장 및 양식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김씨는 2016년부터 3년간 남해군 귀어귀촌아카데미의 강사로 참여해 귀어 희망자에게 귀어에 필요한 현장 어업 기술을 전수했다. 적량마을은 다른 어촌에 비해 수심이 깊어 조개 양식이 힘들고 고령화로 어업에 불리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귀어 희망자를 위한 멘토를 자청한 것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적량마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적량마을은 어촌계 가입 기준도 완화했다. 2015년 연 50만원 수준이던 어촌계 가입 비용을 포함해 어촌계원이 되기 위한 거주 기간 조항을 삭제했다. 적량마을은 현재 마을 내 귀어 희망자 및 관광객을 위한 펜션 15동을 짓기 위해 15억원 규모의 민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한 해삼·전어잡이 및 아쿠아포닉스 체험도 계획 중이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분비물이 섞인 어항의 물로 채소를 키우고, 채소는 그 물을 정화하는 자연 선순환 시스템을 말한다.

귀어인이라면 귀어 이후 마을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많은 고충을 겪는다. 사투리와 억양이 의사소통의 장애물로 작용할 때도 많다. 김씨의 아이디어로 적량마을은 귀어인과 마을의 어르신을 이어주는 ‘1가구와 1촌 맺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귀어인은 마을 어르신을 챙겨드리면서 든든한 후원자를 만나 어촌에 쉽게 적응하는 윈윈 구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적량마을에 거주하는 120여 가구 가운데 귀어 가구는 9가구 18명으로 늘었다. 지난 1월 남해군청은 김씨에게 ‘모범귀촌인 감사패’를 수여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한국어촌어항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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