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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황제 이야기 1억부 `히트`…中소설가 얼웨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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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희대제' '옹정황제' '건륭황제' 등 제왕삼부곡으로 유명한 중국 소설가이자 역사학자 얼웨허(二月河)가 지난 15일 아침 중국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중국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73세.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6개월 전부터 뇌색전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오던 중 이날 새벽 심장 기능이 악화돼 숨을 거뒀다.

본명이 링제팡인 고인은 1945년 중국 산시성 시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허난성 난양으로 이주해 그곳에 정착했다. 1967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부터 10년간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군인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 난양시 한 구의 선전부 등에서 일을 한 얼웨허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40세에 집필을 시작했다.

청나라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들 전기에 주목했던 그는 중국 고전소설의 결정체로 불리는 '홍루몽'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소설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는 1980년대 청나라 황제들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해 학계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출간한 '강희대제' '옹정황제' '건륭황제'는 책에 쓰인 한자만 500만여 자, 200자 원고지로 5만5000장에 이르는 방대한 대하소설들이다. 1985년 소설 집필을 시작한 얼웨허는 1999년 제왕삼부곡을 마칠 때까지 오직 이 시리즈만을 집필했다.

총 1억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진 제왕삼부곡은 이후 중국 CCTV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고, 옹정제 방영 때는 8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6년 얼웨허 판세 수입이 최소 1200만위안(약 19억7000만원)으로, 그해 중국 작가 중 두 번째로 판세 수입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설들은 세 황제의 숨겨진 면모를 다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이들의 '진정한 모습'을 역사 속에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11월 별세한 중국 무협소설 대부 진융은 생전 얼웨허를 보고 "나보다 청나라 역사를 더 잘 이해한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주룽지 전 중국 총리는 "얼웨허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극찬했다.

얼웨허는 소설을 통해 중국 사회의 금기를 깼다고도 평가받는다. 한족 국가인 중국에서 이민족 왕조인 '청'에 대한 언급은 암묵적인 금기였는데, 한족인 얼웨허가 청을 재조명함으로써 이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일례로 제왕삼부곡이 인기를 끈 이후 장쩌민·시진핑 등 중국 최고 지도부도 청 황제들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활발한 사회 활동도 벌였다. 1995년에는 중국 문학예술계연합회 난양시 부주석으로 뽑혔고, 문화예술계연합회 허난성 명예주석, 허난성 작가협회 명예주석, 정저우대 문화원장 등을 역임했다. 2003년부터는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대표를 세 차례 연속 맡기도 했다. 2016년에는 허난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 참석해 시 주석의 반부패 운동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등을 통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옹정제' TV 시리즈 연출을 맡았던 후메이 감독은 "얼웨허의 정직함과 성실함이 그를 인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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