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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인터뷰] 배규식 노동연구원장 "탄력근로 정치적 대립에도···노사 타협 여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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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내 '주화파' 존재하는데

상부 일방적 투쟁 결정 아쉬워

양측 '장외 성명전' 그만 멈추고

제조업 현장 중심 '일터 혁신'

노동생산성 향상 노력 기울여야

서울경제


“탄력근로제 확대를 둘러싼 노사 대립이 너무 ‘정치화’돼 있습니다. 물론 탄력근로제가 없다고 기업들이 당장 죽지는 않죠. 그렇다고 이것을 확대했을 때 근로자들이 장시간 근로, 임금 삭감 같은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닙니다.”

배규식(사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동 분야 최고의 국책연구기관이자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노동연구원을 1년째 이끌어온 노사관계 전문가다. 배 원장은 최근 노사 최대 현안인 탄력근로제 확대와 관련해 “노사 모두 ‘장외 성명전’을 거두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며 “노사의 벽을 치우면 타협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한국의 노사 대립이 심한 것은 맞지만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은 타협으로 현안을 해결해온 역사가 있고 민주노총 내부에도 투쟁 대신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비롯해 비정규직 해소 등 노사 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에 나선 상태다. 배 원장은 “민주노총 내부에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민주노총 산하에는 자동차·보건의료 등 산업별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원하는 ‘하부의 목소리’가 많은데 이와 다른 상부의 투쟁 결정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배 원장은 그러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16만5,000명에 달하며 그간의 하락세를 멈췄다. 이에 따라 고용지표에 본격적으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배 원장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제 연 3% 미만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를 지체·축소해야 한다”며 “과거 30만명씩 일자리가 늘어나는 시대는 이제 마무리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자리 위기는 “현장의 일터 혁신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배 원장은 진단했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위기와 일자리 질 하락 문제를 일터 혁신으로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배 원장은 “대기업은 상당 부분 작업 현장 합리화가 이뤄졌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작업 환경이 여전히 1970년대 산업단지 조성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며 “독일·일본도 수십년간 작업장 환경 정리, 작업 효율 향상 등 일터 혁신을 벌여 생산 효율과 제품 질 개선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동연구원도 내년부터 산업 현장, 특히 제조업 현장을 중심으로 일터 혁신 방안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낮은 인건비에 의지해온 주력 제조업은 이미 중국에 포위됐다”며 일터 혁신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제조업 혁신에 나섰고 미국은 ‘첨단제조파트너십’, 중국도 ‘제조 2025’ 정책으로 일터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이 같은 혁신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배 원장은 지난 2년간 29% 뛰며 고용 악영향 우려를 초래한 최저임금과 관련해 “올해 16.4% 올라간 최저임금이 내년 10.9%로 인상률이 낮아진 것은 이미 인상 속도 조절을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내년 상반기 고용지표에 따라 최저임금 속도 조절의 폭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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