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듯하다. 전문가에 의한 조사가 시작됐다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결국 기강해이가 불러온 사고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열차와 포크레인이 충돌한 사고 이후 불과 3주 사이에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7건이 KTX 열차 사고다. 사고 노선도 경부선 호남선 강릉선 등 모든 노선에 걸쳐있다. 더 기가 막힌것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코레일은 ‘비상안전경영기간’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안전 운행을 독려했다. 그런데도 사흘 뒤 이런 사고가 발생했으니 코레일 전 조직이 나사가 풀려도 단단히 풀렸다고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고에 대처하는 코레일의 무성의와 무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열차가 90도로 꺾였는데도 승무원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 딴소리를 하는가 하면 오영식 사장은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선로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날씨탓을 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시베리아에서는 매일 탈선사고가 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져 나왔을까.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은 1964년 개통 이후 지금까지 ‘무사고 안전신화’를 자랑하고 있다. 지진으로 두 차례 탈선사고가 있었지만 일절 점검 소홀 등의 부주의로 인한 대형 사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시설과 장비가 우수해서가 아니다. 철저한 안전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이 이같은 신화를 만든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조치다. 사고재발을 위해서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엄중한 관리자 문책은 필수다. 아울러 철도업무와 아무런 관련도, 전문적 지식도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한 것이 ‘사고철’의 원인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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