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 질환, 당뇨병 대표적
우울증·불안증·강박증도 원인
해당 질병 치료하는 게 우선
흔히 몸이 가려우면 피부 질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접촉성 피부염이다. 그래서 피부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그때뿐, 또다시 가려움증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이런 때는 피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문제가 있나 살펴봐야 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간이나 갑상샘 질환, 당뇨병 등 피부 문제가 아닌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기는 가려움증이 꽤 많다”고 말했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을 앓는 사람은 다른 이유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는 피부 진피층에 점액이 쌓여 붓거나 단단해지는 ‘점액 수종’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피부 건조증도 같이 진행돼 가려움증이 생긴다.
당뇨병 환자는 체액 성분이 문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땀은 당 성분이 더 많아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쉽다”며 “염증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꽤 많다”고 말했다.
적혈구 과잉 생성되면 가려워
혈액에 문제가 생겨도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골수에서 적혈구가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지는 ‘진성적혈구증가증’이 대표적이다. 적혈구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혈소판이 응집하는데, 이로 인해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이 늘어나면서 가려움증이 생긴다. 고대안암병원 혈액내과 강가원 교수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의 70%가 가려움증을 앓는다고 보고돼 있다”며 “특히 샤워 등 물과 접촉한 뒤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빈혈증,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악성종양의 일종인 ‘호지킨 림프종’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생겨도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성원 교수는 “피부와 뇌는 발생학적 뿌리가 같아서 서로 긴밀한 신호를 주고받는다”며 “정신 질환 입원 환자의 36~42%가 가려움증을 호소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불안증·강박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으면 가려움을 참는 역치(최소한의 자극 세기)가 낮아지는데, 이 역치가 특히 낮아지는 사람에게 가려움증이 생긴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초기엔 약물·광선 치료 병행해야
내과·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가려움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정진호 교수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담즙이 정체된 질환은 막힌 담도를 뚫어주는 스텐트 치료 등을 해야 하고, 당뇨병과 갑상샘 질환은 수치가 정상화되도록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치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초반에는 가려운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써야 한다. 정 교수는 “아쉽게도 주로 쓰는 약물은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두 가지뿐”이라고 설명했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고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줄인다.
두 약 모두 잘 듣지 않는 환자는 광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신사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자외선B를 쪼이면 가려움증과 관련 있는 물질이 파괴되면서 가려움증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런 약물·광선 치료와 함께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도 중요하다. 수분크림 바르기, 가습기 틀어놓기 등이 대표적이다. 임 원장은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면 염증 반응을 줄여 가려움증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같이 건조한 날씨에는 샤워 횟수도 줄이는 게 좋다. 임 원장은 “피부 속 수분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보호막이 덮고 있는데 이 성분이 수용성”이라며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샤워를 자주 할수록 피부에 수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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