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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화여고를 비롯해 전국 수십개 중고교에서 빗발친 ‘스쿨미투’(학교 내 성폭력 고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효성 있고 충분한 성폭력 예방 교육과 함께 학내 성폭력 ‘핫라인’ 신고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스쿨미투 등에 대해 논의하는 ‘2018 아동인권 보고대회’를 열었다. 용화여고 졸업생인 오예진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는 이날 대회에서 “지난 4월 용화여고에서 성폭력 피해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 약 300명이 성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며 “이후 언론이나 교육청에 고발했고 현재 68개 학교까지 스쿨미투 제보가 이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교내 성폭력의 원인으로 학교 내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문화를 들었다. 그는 “교육청에서 용화여고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작했을 때 학생들이 포스트잇 종이를 학교 창문에 ‘미투, 위캔 두 애니싱’(me too, we can do anything)이라고 적어 붙였다”며 “그런데 교사들 반응은 피해자를 위로하거나 힘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이 교사 집단에 도전하느냐는 반응이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재학 당시 친한 젊은 여교사에게 피해사실을 말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선배 남자교사와 후배 여자교사와의 위계가 공고하기 때문에 여자교사가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교내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위계관계가 성폭력을 일으키고 해결을 지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 교육도 교내 성폭력을 키운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징계 받은 교사는 ‘나한테 잘 보여야 너희에게 생활기록부 한줄이라도 잘 써주지 않겠느냐’고 평상시에 말했다”며 “허벅지를 만진다고 했을 때 학생이 표정을 구기면 바로 ‘너는 싸가지 없다. 생활기록부에 적는다’고 협박하니 교사에게 문제제기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입시를 잘하는 교사로 이름이 나있는경우 학교가 그를 감싸준다거나 가해행위를 덮어주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사립학교의 폐쇄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오 대표는 “스쿨미투 학교 80%가 사립학교라는 걸 알 수 있다. 사립학교에서 유독 많이 미투가 터지는 건 폐쇄성 때문”이라며 “인사권이나 징계권이 모두 법인에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교사에 징계를 내려도 권고에 그칠 뿐이어서 처벌을 안 받는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방관 교사들도 (오래동안 같이 근무하는)내 동료교사라는 인식 때문에 침묵의 카르텔이 공고해진다”고 했다.
교사들의 낮은 젠더감수성도 문제로 꼽혔다. 그는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높아지는 젠더감수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젠더감수성 형성이 어려운 건 교사대상 성평등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결책으로 국가 차원의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 대표는 “스쿨미투가 발생한 68개 학교 중 전수조사가 이뤄진 학교는 20여개 밖에 없다. 학교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 하면 피해학생 신원 보장이 어렵다. 교육청이 전문적으로 익명 전수조사해야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실효성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교사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수준이며 내용도 현장 특성이 반영된 교육이 아니다”라며 “형식성을 탈피하고 공간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개발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문제를 처리할 때 학내 기구가 아닌 교육청 등 외부기관에서 전담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 연구원은 “사안 처리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조사절차를 학내 기구가 아닌 교육청과 같은 권한있는 외부기관에서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스쿨미투 핫라인 신고상담센터도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 대표는 “학생들이 부담감 없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상담인력 또한 교육에 제대로 갖춘 인력이어야 하며 상담센터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립학교 교원과 국립학교 교원의 징계기준을 동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연구원은 “현재 사립학교 교원 징계는 사립학교 자율성 보장 명분으로 법인 재량에 따라 하면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등 문제가 돼왔다”고 지적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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