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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우리 개는 안 짖어요”…층견(犬)소음이 괴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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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비글.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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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웃집 강아지 소리 때문이다. 경비원을 통해 몇 번 주의도 주고, 직접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견주는 강아지가 맹견처럼 큰 소리로 짖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A 씨는 결국 자기 돈으로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사고 잠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층간소음을 넘어 강아지들의 소음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층견(犬)소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소음으로 들리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웃 간 갈등은 각종 사건·사고로 비화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이웃이 기르는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며 이웃집에 불을 낸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또 지난해 10월 제주도 한 아파트에서 A씨(47)가 아파트 위층 주인 B씨(48)의 애완견 짖는 소리에 격분해, 출입문을 걷어차고 문이 열리자 B씨를 폭행했다. B씨도 A씨를 때리면서 이들은 쌍방폭행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문제는 ‘층견소음’을 마땅히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서울시 동물 보호과에서 지난 2016년 4월부터 운영하던 ‘동물갈등조정관’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8개월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층간소음 민원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통계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15년 1377건, 2016년 1505건, 2017년은 9월 말까지 131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마땅한 규정이 없다 보니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련 규정을 정해 층간소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층견소음 및 반려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올 정도다. 청원인은 “최근 층견소음 이란 말이 돌고 있습니다”라며 “밤이건 새벽이건 너무 짖어대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구청이나 시청에 민원을 넣어도 현행법상 처벌이 안 된다는 말뿐”이라며 “법으로라도 처벌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토로했다.이 청원에는 “동의합니다. 정말 새벽에 개 짖는 소리에 잠을 못 자겠어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한편 다른 나라의 경우 반려견으로 피해 발생시 법으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영국은 반려견에 대한 행동을 철저히 주인이 통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견주로부터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동물에 의한 신체, 재산 상의 손해가 발생할 때는 최대 3년간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을 물리고 있다.

또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강력히 조처한다. 미국 뉴욕에서는 층간소음 발생 시 관리사무소가 경고를 하며 3회 이상 누적될 시에는 강제 퇴거 조치 된다. 독일의 경우 층간소음 발생 시 약 630만 원의 과태료 명령을 받는다.

프랑스 남부의 툴루즈시에선 24시간 소음 중재센터를 운영한다. 층간소음 중재팀은 소음 발생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 출동해 중재자로 나선다. 예컨대 볼륨을 10으로 조정할 것을 권유하는가 하면 갈등으로 다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식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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