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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 개혁 위해 보험료 올린다니 … 연금서 더 멀어지는 실직청년 84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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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못 구해 보험료 낼 길 없는데

정부는 농어민·저임금자만 지원

최저임금 불똥, 자영업자도 고통

중앙일보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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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1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보험료 증가 없이 소득대체율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함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에서 보험료 인상이 뜨거운 감자임이 확인됐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9%이다. 직장인은 1998년 이후 20년째, 지역가입자는 2005년 7월 이후 14년째 9%이다. 보험료가 적으면 노후 연금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연금개혁에서는 보험료 인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선뜻 그리하기 힘든 이유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특히 일자리가 없는 청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으로 보릿고개에 올라탄 자영업자가 문제다.

이들은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이다. 이들의 절반은 지금도 보험료를 못 내고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다. 앞으로 연금개혁을 한다고 보험료를 올리면 사각지대가 더 넓어지게 된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소득의 9%)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는 직장인과 달리 본인이 다 낸다. 게다가 농어민과 저임금 근로자는 보험료를 정부가 지원하지만 자영업자는 그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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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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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준 18~59세 인구는 3263만명이다. 이 중 전업주부 등 비경제활동인구와 비적용자 953만명(①)은 아예 국민연금에서 빠져있다. 국민연금 대상자는 2148만명이다. 이들 중 실직·폐업 등으로 '보험료 미납부'를 인정받은 납부예외자가 385만명, 1년 넘은 장기체납자가 104만명(②)이다. 이 둘은 일부 겹칠 수 있다. 이런 걸 무시할 경우 전체 사각지대는 1442만명(①+②)이다. 18~59세 인구의 44.2%이다.

보험료를 올리면 ①에 해당하는 사람은 당장 문제가 없다. 보험료율에 관계없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납부예외자와 장기체납자이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분석자료에 따르면 납부예외자는 지난해 12월 385만명, 올 8월 353만명이다. 이는 지역가입자의 각각 52%, 48%에 해당한다. 이 중 27~34세 청년이 84만명(385만명의 22%)으로 가장 많다. 27~34세 지역가입자 10명 중 약 8명이 납부예외 상태다. 93%가 실직 때문이다.

전모(26)씨는 지난달 초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실직했다. 그 전에는 두 군데서 각각 5개월, 4개월 일했다. 2년 간 월 135만~140만원을, 그 전에는 200만원 넘게 받았고 거기서 연금보험료가 나갔다. 지금은 석 달 가량 실업급여를 받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실직하면서 납부예외자가 됐다. 그는 "취업하지 않는 한 보험료를 낼 길이 없다. 보험료가 올라가면 더 힘들 것이다. 국민연금은 나와 아주 먼 얘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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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한 지사에서 노후설계 방안 상담을 하는 모습.[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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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나 1인 사업자, 월 60시간 미만 일용직 근로자 등도 보험료가 오르면 더 부담을 느끼게 된다. 40~50대 납부예외자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보험료 체납자도 문제다. 8월 말 현재 지역가입자 체납자는 210만명이고, 이 중 1년 넘은 장기체납자가 58%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편의점 이모(48) 사장은 알바생을 둔 1인 사업자다. 문을 연지 2년만에 단 하루도 쉰 적이 없이 일하지만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식당을 하다 몇 차례 실패했고 국민연금 체납(400만~500만원 체납)이 길어지면서 독촉장을 받았다. 이씨는 "죽어라고 일하지만 지금도 남는 게 없어서 보험료를 못 낸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마당에 연금보험료까지 오르면 더 힘들어진다. 인건비·임대료 등이 올라 7중고를 겪는데 보험료까지 오르면 8중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없이 보험료를 올리면 사각지대만 더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금은 농어민과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근로자(두루누리 사업)만 지원한다. 도시지역 지역가입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위원장은 "지역가입자는 직장인과 달리 보험료 9%를 다 내기 때문에 이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낮아서 보험료 지원을 못한다는데, 카드 사용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이제 자영업자 보험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보건복지부는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자의 1년치 연금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방안을 국회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에 보고했고, 여야가 합의했으나 시행하지 않았다. 26만명에게 연간 426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회 정춘숙 의원실 박상현 비서관은 "2015년 합의를 되살려 EITC 대상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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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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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보험료 지원도 절실하다. 2015년 '사회적 기구'는 청년 창업 사업장 저소득 근로자 보험료 20% 지원, 10인 미만 사업장 청년 취업자 추가 지원, 출산휴가 기간 보험료 절반 지원 등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은 청년층 보험료 지원제도를 많이 운영한다. 독일은 17세 이상 직업훈련 기간, 룩셈부르크는 18~27세 직원훈련 및 학업기간, 영국은 18세 이상 기술 교육, 스웨덴은 학업기간을 보험료 납부 기간으로 인정한다.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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