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지름이 정상의 1.5배 이상
동맥경화·흡연·고혈압 주원인
가족력 있으면 혈관 정기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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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류의 공통 원인은 노화한 동맥이 신축성을 잃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 이유다.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드는 흡연과 고혈압도 주요 원인이다.
폐경 이후 뇌동맥류 발병 위험 높아
동맥류는 발병 부위에 따라 질병 특징과 고위험군이 조금 다르다. 뇌동맥류는 여자 환자가 남자보다 두 배 정도 더 많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택균 교수는 “뇌동맥류는 폐경기 이후인 60대 여성 환자가 고위험군”이라며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복부·흉부 대동맥류는 65세 이상 흡연·비만 남성이 고위험군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평생 담배를 100개비 이상만 피워도 복부 동맥류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동맥류의 70%가량은 복부에서 발생한다. 조 교수는 “대동맥을 지지하는 조직인 엘라스틴 성분이 복부 대동맥 쪽에 좀 더 적어 흉부 대동맥보다 쉽게 잘 늘어난다”고 말했다. 흉부는 대동맥류보다는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가 더 잘 생긴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강준규 교수는 “대동맥은 내막·중막·외막으로 층이 나뉘어 있다”며 “흉부 대동맥은 심장과 더 가깝기 때문에 혈관이 받는 압력이 커 혈관의 각 층과 층 사이가 더 잘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류의 원인 중 하나다. 찢어진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늘어나 대동맥류가 된다.
동맥류 파열 환자 3분의 1은 치명적
동맥류 파열은 골든타임이 따로 없는 응급질환이다. 가능한 한 빨리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한다. 동맥류가 파열되면 환자의 3분의 1가량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 김택균 교수는 “파열성 뇌동맥류는 뇌출혈로 인한 사망률과 장애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라며 “뇌 손상 범위에 따라 반신마비, 언어·인지 장애 같은 후유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의식불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강준규 교수는 “복부·흉부 동맥류가 파열되면 대량 출혈을 일으켜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해 사망으로 이어진다”며 “응급처치가 없는 질병이라서 무조건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맥류는 크기가 점점 커져 파열되기 전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돌연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파열 직전일 만큼 동맥류가 늘어났을 때 약간의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뇌동맥류 의심 증상은 동맥류가 안구 신경을 눌러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를 동반하는 것이다. 복부 대동맥류는 배에 멍울이 잡히거나 조금만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는 경우에 의심해볼 수 있다. 흉부 대동맥류 환자에게서는 후두 신경을 눌러 쉰 목소리가 나오거나 사레가 자주 들리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강준규 교수는 “흉부 대동맥류 환자 중 약 10%는 이비인후과에서 먼저 발견돼 온다”며 “목소리가 갑자기 쉬었는데 이비인후과적으로 별문제가 없으면 흉부 대동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맥류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 환자가 증가하고 고혈압 환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파열이 되고 나서야 응급실에 실려 온 대동맥류 환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진단 기법이 발전하고 건강검진이 보편화하면서 미파열성 동맥류 발견이 증가하고 있다. 조진현 교수는 “복부·흉부 대동맥류라도 간단히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절반을 넘는다”며 “동맥류는 혈압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파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푼 혈관 원상회복시킬 방법 없어
최근엔 젊은 동맥류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강준규 교수는 “젊은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 발병이 많아지고 건강검진 보편화로 발견율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택균 교수는 “과거에는 젊은 환자가 드문 질환이라고 봤는데 건강검진을 받은 40대에서도 미파열성 뇌동맥류가 꽤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미파열성 뇌동맥류는 크기·모양·위치와 환자 연령 등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복부·흉부 대동맥류는 5㎝ 이상이면 치료 계획을 세운다. 정기 검사에서 6개월~1년 간격으로 5~10㎜ 정도 늘었으면 치료 대상이다. 그 전까지는 추적 관찰하며 위험 요소를 관리한다.
한번 늘어난 혈관은 줄어들지 않는다. 마땅한 약물치료도 없다. 고위험군에서는 동맥류가 발병하는 것을 예방하고, 이미 동맥류가 발병했으면 파열하지 않도록 혈압을 철저히 조절하고 금연해야 한다. 동맥류의 공통 위험 인자는 고혈압·흡연·가족력이다. 고위험군일 땐 뇌혈관검사(뇌동맥류)나 복부 초음파(복부 동맥류),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흉부 대동맥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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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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