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방부 브리핑룸서 첫 사과문 발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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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머리를 숙였다. “통렬히 반성한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과거 군의 무자비한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피해 여성의 명예회복을 약속했다.
정 장관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계엄군 지휘부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으로 무고한 여성시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것을 통렬히 반성한다”며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바랐던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참혹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장관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출격 대기 사실이 밝혀져 전 국민에 사과했다.
정 장관은 정부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에 관한 정부 조사에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과 추행, 성고문 등 여성인권 침해행위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와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은 가해자 및 가해부대에 대한 조사 여부와 피해자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약속했다. 앞으로 출범할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사정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나섰던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통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여성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데 인력과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피해여성들의 명예 회복과 치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또 “가해자 또는 소속부대를 조사하고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을 명시할 것을 제언한 진상조사단의 권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군에 의한 성폭력의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출범키로 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규명위원회는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조사위원 추천 지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적합한 위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한국당이 진상규명을 방해하면서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지난 9월14일 시행됐다. 행방불명자 암매장 장소, 계엄군 발포 체계 등 5·18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9명의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장이 1명을 추천하고 여야에서 각각 4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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