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법부 판단 존중…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대응방안 마련"
日, 판결에 강력 반발 '문제대책실' 꾸리며 대응조치 시사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0일 일본 도쿄 외무성에 이수훈 주일 한국 대사를 불러 한국 대법원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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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정부는 30일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한일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과거사 문제와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분리한다는 ‘투트랙 기조’에 입각한 것이지만, 일본측은 대법원 판결에 ‘문제대책실’을 꾸리는 등 대응조치를 시사하고 나서 향후 한일관계는 험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 명의로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며, 대법원의 오늘 판결과 관련된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대응방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이날 대응방침에 대해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대법원의 이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50여년만의 입장 변경이다. 협정 체결 이후 우리 정부는 ‘일괄처리협정 방식’을 따라왔다. 지난 2005년 ‘한일 회담 문서 공개 민관 공동위원회’가 청구권협정의 효력 범위를 재검토한 당시에도, 일본의 무상공여 3억달러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을 ‘위자료 청구권’으로 봐 한일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재무관계’를 규정하는 협정으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은 이에 포함되지 않아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그간 입장과 다르게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판결인 만큼 최대한 신중히 대응방안 검토에 나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기업이 배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가 대신 배상 또는 보상에 나서는 방안의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정부가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장을 정리해나간다는 것 밖에는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본측의 구체적인 대응조치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적인 상황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혀 일본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하겠단 입장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제법에 비춰 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역시 이날 판결 이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는 일본의 기업과 일본 국민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일한청구권 관련 문제대책실’을 설치하며 ‘만전 대응 태세’를 예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에서는 과거사 현안이 양국관계에 발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기본적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며 “과거사 현안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그와 별도로 미래지향적 현안을 관리하면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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