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국감 2018] 이국종 교수 "닥터헬기·외상센터 운영 수없이 말해도 바뀐 게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진전이 없습니다." "바뀐 게 없습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이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 및 권역외상센터 운영 실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올해 1월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과 체계 정비를 을 약속한 바 있다. 정부는 중증외상센터의 전문의와 간호사 인건비를 인상하고, 의료수가도 현실에 맞게 지원하기로 했다. 아주대학교병원에 닥터헬기도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중증외상응급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하기엔 여전히 열악한 현실이라는 게 이국종 소장의 설명이다.

이국종 소장은 "헬기를 이·착륙해 환자를 싣고 올 수 있는 ‘인계점’을 해외에서는 따로 관리하지 않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인데, 우리나라는 인계점을 이유로 닥터헬기가 뜨지 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인계점은 환자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사전에 승인받은 특정 장소로, 전국에 800여군데가 있다.

실제 지난달 해상종합훈련 중 한 해경승무원이 양묘기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해 병원 이송을 위해 119와 전남 외상센터 소속 닥터헬기, 해경 서해지방청 헬기 3대를 요청했지만, 제때 헬기 이송이 되지 않아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전남 닥터헬기 부두가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여서 이륙을 제때 하지 못해 이송이 지연된 탓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8년 8월까지 닥터헬기 이·착륙 사용불가로 인한 기각‧중단 건수는 80건에 달했다.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중단 사유는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실시(7.5%) 등이었다.

이 소장은 "영국 런던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주택가 한복판이라도 이착륙을 한다"면서 "영국 의료진은 헬기 안이라도 환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해외는 닥터헬기가 연간 1500회 뜨는데, 아주대는 300회 정도이고 그중 43%가 야간"이라며 "우리나라는 환자 이송이 늦어지면서 중증외상환자가 수술방에서 수술 받기까지 평균 7시간 걸린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헬기 내에서 의료진과 소통을 해야하는데 해외에서는 헬기에서 의료진들이 무전을 주고 받는 반면, 정작 우리 현장에서는 무전도 안 된다"며 "LTE 통신망이 터지는 낮은 고도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얘기해 긴급한 상황을 처치해야하는 실정인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토로했다.

권역외상센터 의료인력 부족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 소장은 "있던 의료진들도 사직서를 내 인력이 더 줄어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3D직종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좋은 회사, 대기업에는 구직자가 넘치는 우리 사회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선진국, 바로 옆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의 간호사, 의사 인력 비율이 훨씬 적다"며 52시간 근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필요 인력을 더 뽑아야 된다는 건데 정책이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어느 하나를 고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