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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최순실 태블릿 조작’ 보도 후 피고인 신분 된 기자…자기 재판 기사 작성 법적으로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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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기자가 자신의 재판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것은 언론윤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해 손석희 사장 등 JTBC 기자들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보수논객’ 변희재씨(44)의 공판 내용은 매번 인터넷매체 ‘미디어워치’에 기사로 게재되고 있다. 변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황의원 대표와 이모 기자, 오모 기자가 ‘미디어워치 편집부’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기사를 써왔는데, 지난 1일 JTBC 기자들을 증인신문한 5회 공판 기사 두 꼭지는 이 기자의 이름으로 나갔다. 이 기자는 JTBC 기자들의 발언을 ‘우왕좌왕’ ‘기억상실’로 표현하며 “법정 분위기가 5회 공판을 기점으로 변씨와 미디어워치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적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 중인 기자가 법정 밖에서 자신의 재판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언론윤리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공정보도’와 관련해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실천강령에는 “본인의 개인적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보도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법원 일각에서는 재판 당사자가 기사를 쓸 경우 사실 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해 부적절할 뿐 아니라 자칫 또 다른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 관련 재판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기자가 사건 당사자가 되면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별적으로 뽑아 법정 상황을 전달할 개연성이 높다”며 “사실과 다른 인상을 줄 정도로 기사를 쓰면 또 다른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피해자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원 대표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자의 개인 문제가 아닌 (태블릿PC 의혹 등) 공적인 사건에 대한 보도”라며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 기사를 작성한 것이 언론윤리를 위반한 게 아니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 사건은 문제를 제기한 언론에 가해진 전략적 봉쇄소송으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언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작은 언론(미디어워치)이 재판 상대인 주류 언론(JTBC)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공정성·객관성과 관련해 “독자들은 미디어워치가 극우언론으로 불리는 것을 알고 기사를 접한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과 이 기자, 오 기자로만 구성된 미디어워치 기자 전부가 기소된 상황이어서 이러한 기사 작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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