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각종 의혹 중심에 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그의 법률자문을 하는 변호인이 누군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을 돕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단을 이끈 황정근(57·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다. 이번엔 박근혜 청와대와 양승태 사법부 간 ‘재판 거래’ 등 혐의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을 돕는다.
황 변호사는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 대성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해군 법무관을 지낸 뒤 1989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1996년과 1997년엔 서울지법 서부지원(현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고법 판사로 각각 근무하면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을 겸직했다. 2002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법조계에서는 황 변호사를 ‘엘리트 법관’의 전형으로 평가한다. 재경지검 A부장검사는 “판사는 연수원 성적이 법관 생활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며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는 이들 대부분이 서울민사지법이나 서울형사지법(지금은 ‘서울중앙지법’으로 통합) 출신이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든든한 ‘방패’를 든 셈이다.
임 전 차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잇따라 재직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각종 지시를 이행한 ‘심복’으로 통한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이유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사법 정책에 비협조적인 일선 법관 명단(‘사법부 블랙리스트’)을 정리하고 인사 불이익을 가하는 데 관여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처리 방향을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의논한 ‘재판 거래’ 혐의도 있다.
최근엔 임 전 차장이 2016년 11월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최철환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부탁을 받고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등 혐의 등 법리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양승태 사법부가 받는 40개 혐의 대부분에 임 전 차장이 가담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임 전 차장 측은 “박 전 대통령의 법리검토를 대신 해줬다는 의혹은 오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황 변호사는 “청와대는 인력이 부족해서 각 부처나 기관에 협조요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자료는) 기존 판례와 학설을 복사·붙여넣기한 것일 뿐 법리검토나 자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생각은 다르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착수 이후)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도 매번 기각될 정도로 기밀자료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 다수가 청와대로 넘어갔는데 이걸 정상적이라고 (임 전 차장 측이) 주장하고 있다”며 “(해당 문건이) 박 전 대통령 수사와 재판 대응용임을 몰랐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사실상 자백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잠재적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법원이 하는 건 이상하다는 뜻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물어볼 것이 많은 만큼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한 후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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