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배민상회 사이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식품용기와 자동실링기 제조업체 A사장은 요즘 하루 수통씩 대리점주들로부터 볼멘소리를 듣는다. 자사 제품의 자동실링기 전용 용기가 아니라 비정품 용기를 사용하는 업주들이 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버젓이 비정품 용기를 파는 곳은 배민상회.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며 업주들에게 일회용 소모성자재(MRO)를 파는 곳이다.
A사장은 "업주들에게 배민 광고비를 깎아줄테니 대신 배민상회의 제품을 쓰도록 유인한다고 들었다"며 "배달앱 업체 중 대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배달의 민족에서 이게 할 짓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젓가락을 비롯한 일회용 용기를 유통하는 B업체의 지역 총판들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B업체의 본사가 배민상회에 직거래를 통해 저렴한 단가로 용기를 납품하기 시작한 후부터 피해가 시작됐다. 업주들이 지역 총판을 거치지 않고 더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배민상회에서 용기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B업체 지역 총판 관계자는 "요즘 전년대비 20% 이상 줄어든 매출이 줄었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도 단가 인하에 들어갔지만 배민상회에 이미 뺏긴 거래처들은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 '제2의 네이버'라고까지 불리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플랫폼 지위를 악용해 비싼 광고료를 받는다는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제조·유통업체들 사이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을 유발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조·유통업체들이 문제삼는 배민상회는 배민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배달비품이나 배달 및 포장용기 등 일회용 소모성자재(MRO)를 팔기 위해 운영 중인 곳이다.
배민이 배민상회를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배민상회 제품 사용시 광고료를 낮춰주거나 광고 순위를 올려주는 등의 조건을 내걸어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때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60%로 1위인 배민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B업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배달앱 1위의 영향력과 더욱이 값싼 일회용 제품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그렇게 가격 경쟁으로 뺏긴 거래처를 찾으려면 또 다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데 소상공인이나 마찬가지인 우리에겐 그럴 여력이 없어 죽어날 판이다"고 지적했다. 배민상회에서 값싼 제품들로만 골라서 유통하고 또 할인 이벤트까지 하니 자영업자 개개인들은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다는 얘기다.
값싼 제품이 꼭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어서 문제다. A업체 관계자는 "특히 음식물을 포장하는 일회용기는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고, 위생적으로 잘 포장되는 게 관건인데 무조건 단가를 낮추다보면 이러한 사항들이 잘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면 단가는 어느정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저렴한 용기를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과대 광고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품질보단 값싼 제품과 각종 할인 이벤트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배민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배민상회 제품 이용시 광고료를 깎아주겠다고 유인하는 식의 마케팅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배민 관계자는 "일부 지방의 경우 배민상회 영업소를 대행 운영하고 있지만 계열사 끼워팔기나 할인하기 등은 기본적으로 근절하고 있다"며 "배민상회의 젓가락을 사주면 광고료를 8만원에서 7만원으로 깎아주는지' 등의 마케팅을 한 적이 있는지 점검해봤으나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큰 경쟁이 없던 MRO 시장에서 배민상회가 들어와 더 퀄리티가 좋아지고 가격이 더 싸지면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득이다"고 말했다.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배민상회의 지나친 할인 정책 등은 오는 26일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와 강신봉 알지피코리아(요기요) 대표는 국회의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신미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