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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국감 2018] 낙태약 불법 거래, 식욕억제제 약국서 판매... 허술한 의약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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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봤습니다. 어제도 온라인 상에서 버젓이 낙태약이 불법 거래됐어요."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규제당국의 허술한 의약품 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체험형 고발이 이어졌다.

이날 국감장에서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낙태유도제 '미프진'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상담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신 의원 측 보좌진은 SNS를 통해 판매자와 접촉해 구매의사를 밝혔고 2∼3일이면 미프진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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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2016년 낙태유도제 불법 거래가 이뤄진 SNS 캡쳐 화면으로, 15일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감장에서 공개한 낙태유도제 온라인 거래 시연 영상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겼다. /조선일보DB




미프진은 임신을 유지하게 하는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중지시켜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약물로, 국내에는 정식 허가된 적이 없는 미페프스테톤 성분의 약이다. 국내의 경우 낙태는 물론 의사의 처방없이 낙태유도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 의원은 "온라인에서 낙태약 미프진을 구매해봤는데 2~3일 또는 지역 따라 당일 배송도 가능했다"며 "7주 이하 태아에 대해서는 39만원, 7주 이상 10주 미만은 59만원으로 거래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낙태유도제 뿐 아니라 원칙상 온라인에서 거래될 수 없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여드름치료제 등도 온라인으로 구매 거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불법 온라인 유통이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식약처 고발 건수는 되레 줄었다"면서 "식약처의 사이버조사단 활동 조치만으로는 불법 거래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영진 식약처장은 "SNS 특성상 개인 간 거래를 일일이 막기 어려우며,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가 있어 모두 차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면서도 "사업수사대 또는 경찰청 등과 국제협조를 위한 태스크포스(TF) 신설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소위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를 직접 처방받아온 의원실도 있었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보좌진이 지난 6일 시중 약국에서 처방받아온 식욕억제제 펜터민과 펜디멘트라진을 처방받아왔다"며 약봉지에서 약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김 의원은 "펜터민, 펜드멘트라진 병용처방이 안되는데 약국에서 지어줬다"며 "식욕억제제 처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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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가이드'에서는 펜터민, 펜디멘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등 성분을 포함한 식욕억제제는 소아가 복용했을 경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16세 이하 환자에게는 복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이 지난 5∼8월 '식욕억제제의 나이 기준 처방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16세 이하 환자는 131명으로, 이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인 10세 환자는 약 3개월간 180정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16세 이하 환자를 연령순으로 보면 10세 2명, 12세 4명, 13세 5명, 14세 5명, 15세 41명, 16세 64명 등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식욕억제제에는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성인에 비해 육체적으로 덜 성숙한 어린이가 복용했을 경우 신경과 뇌 발달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이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류 처장은 "비급여 항목의 경우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에 안잡혀 관리 감독에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구축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데이터 알고리즘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 현장 조사해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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