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몰이` 이해찬, 존재감은 높였지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봉하마을 함께 찾은 이해찬·유시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신임 이사장이 15일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교황이 내년 봄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에게 방북 의사를 타진하자마자 여당 대표가 '판 깔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정계에서 나왔다. 다만 어느 경로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는지 밝히지 않았는데, 그보다는 이슈를 선점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데 그의 의중이 더 실렸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동안 존재감이 없던 여당 대표가 이해찬 체제 출범 이후 정치권에 매일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이 대표가 환기시킨 각각의 이슈에 대한 손익분기는 정치권에서 평가가 갈리고 있지만 적어도 그가 대표를 맡은 뒤 50여 일 동안 여당의 존재감을 높였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교황청에) 가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하면 크게 환영하겠다'는 뜻을 잘 전달해 교황이 내년 봄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계가 출처로 알려졌는데, 교황 방북 이슈를 선점하고 확산하려는 의도에 더 중점을 둔 발언이다.

그간 이 대표는 남북 관계 또는 경제 정책의 중요 분기점마다 본인의 발언으로 정국을 움직여 왔다. 때로는 지나치게 앞질러 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5·24 조치 해제 논란이다. 이 대표의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질문이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를 두고 괜히 야당을 자극했다는 평가와 판문점선언의 연내 비준 등을 위한 전략이란 평가가 엇갈린다. 전략이라고 보는 측에서는 이 대표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예상 못할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굳이 급진적으로 보이는 5·24 조치 해제까지 꺼내든 건 논의의 폭을 넓혀 결국 판문점선언을 상대적으로 온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5·24 조치 해제와 대북강경론을 양극으로 만드는 대신 판문점선언을 중간적 선택으로 비치도록 의도했다는 얘기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꺼내 든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 5일 10·4 선언 기념식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에서도 이런 면모가 나타났다. 부동산 이슈가 한참 뜨겁던 지난달 '토지공개념'을 다시 끄집어낸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인데 개념으로는 도입해 놓고 20년 가까이 공개념의 실체를 만들지 않아 토지가 제한 공급된다"고 발언했다.

'집토끼 잡기'용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 대표의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정치적 미숙함을 보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대표 발언이 국정 운영에 마이너스가 된다면 진작 청와대가 제지를 하고 나섰겠지만, 현재로선 당과 청와대가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집토끼를 잡고, 문 대통령은 산토끼를 잡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 무드 조성을 통해 지지 기반 확장을 꾀하고 있다면, 이 대표는 선명한 발언을 통해 진보 성향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응집력을 노린다는 얘기다.

배 본부장은 "현재 이 대표가 집토끼 사수 전략을 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내에서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386 진보 세력을 장악하지 못하면 당내 갈등, 당·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야당을 자극한다는 평가도 있다. 국가보안법 발언에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 땅도 아닌 북한 땅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말하는 이해찬 대표는 집권당의 대표가 맞느냐. 정권의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