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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키맨` 임종헌 檢출석…재판거래수사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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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김호영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4개월 만이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첫 직접조사가 이뤄지면서 이번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 등 전직 고위 인사들의 소환 시기와 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피의자로 불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작성한 경위와 지시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지난해 퇴직 당시 재직 중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내부 문건을 반출한 혐의를 적용해 조사했다.

임 전 차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현재 법원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동료와 후배 법관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여러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 해명하겠다"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지시자가 누구인가' '(문건 작성 등을) 통상적인 업무로 봤는가' 등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10여 가지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선 2013~2016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을 놓고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와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당시 행정처가 "재판을 최대한 늦춰 달라"는 청와대 요구를 들어주고 그 대가로 법관 해외 파견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재판'과 관련해 2014년 10월 행정처가 고용노동부 측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한 뒤 청와대를 거쳐 고용부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임 전 차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임 전 차장이 2016년 11월 국정농단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구속된 직후 청와대 요청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해주도록 지시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행정처가 작성한 'VIP 관련 직권남용 등 법리 모음'이란 제목의 문건을 입수해 분석해왔다. 또 대법원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 3억5000만원을 고위 법관들에게 격려금 등으로 지급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 재판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과정 등에도 임 전 차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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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했던 임 전 차장을 핵심 피의자로 지목해왔다. 지난 7월 21일에는 임 전 차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토대로 수사를 벌여왔다. 이 USB에는 행정처 내부 보고 문건이 8000여 건 담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 임 전 차장의 진술에 따라 이후 검찰 수사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조사 분량이 방대해 추가 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임 전 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 최고위 전직 법관들의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조사를 마친 뒤 차한성(64·7기), 고영한(63·11기), 박병대(61·12기) 등 전직 대법관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가능한 한 많은 증거와 관련자들 진술을 분석한 다음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 조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선 신속한 수사 종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수사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면서 검찰과 법원 모두 피로감을 느끼는 데다 사회적 관심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를 빨리 마무리하는 게 검찰에도 이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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