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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연합시론] 숙명여고 문제유출 정황…내신 신뢰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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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울 숙명여고에서 시험문제가 실제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분석에서 전임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에게 시험에 관해 알려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왔으며,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두 딸도 업무방해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번 사건은 숙명여고 2학년인 쌍둥이 자매가 갑자기 성적이 올라 문과와 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성적보다 지나치게 상승했고, 자매의 아버지가 시험문제를 관리하는 교무부장이었던 것이 의혹을 불러왔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아버지는 여섯 차례에 걸쳐 문제의 시험지를 검토·결재했고, 심지어 담당교사의 배석 없이 혼자서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교육청 감사에 이어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아직 조사가 완료된 것은 아니고 추가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라 경찰이 확실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문제유출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빠르면 이달 안에 수사를 마칠 방침이다. 경찰의 결론대로 문제유출이 사실이라면 아버지의 과욕과 잘못된 판단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을 것이다.

시험지 유출이 숙명여고 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시험문제를 빼돌린 사건도 있었다. 두 사람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에 넘겨졌다. 시험은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들의 불신이 높아진다면 이는 교육의 위기이다. 대학입시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단 1점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정행위의 결과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해당 학생 본인이다.

숙명여고 사건은 입시 위주의 지나친 경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내신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서 허점을 없애야 한다. 우선 시험지 보관 시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전국 고교 2천363곳 중 46.97%에만 시험지 보관 시설에 CCTV가 있다. 전체 학교로 확대해야 한다. 시험문제 출제와 보안 실태를 점검해서 교사 혼자서 관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고교 '상피제'는 일률적 적용에 한계가 있으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숙명여고 사태를 내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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