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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정민우 이사장의 直talk(128) 시즌 5 <본부장이 스타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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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 구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역사(歷史)는 개개의 인물이 어떤 캐릭터였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역사(歷史)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인물들이 행동한 것의 결과에 대한 분석이다. 인류가 역사를 만든 것은 현재 권력을 쥔 그룹이나 기득권이나 시스템을 만든 계층의 합당한 존재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 매우 크다. 뭐 이상하지만 사실 그래왔다. 그래야 지금의 사회가 조금이라도 안정될 것 같고 그들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공감이 된다. 문제는 언제나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세력일지라도 우리가 사는 이유는 극히 개인적인 문제이다. 우리의 역사는 늘 그것을 간과해왔다. 역사 기술의 목적에 있어서 어떤 개인의 우수함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인정을 받는 이유와 왕인 선조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후대의 평가에 기준이 틀리기 때문이다. 일본 제국주의 입장에서 조선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왕조의 정통성을 부정해버리는 것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왕조로 만들어 버리고 몇몇 영웅들을 내세우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대중친화적인 것 같지만 사실 고도의 정통성 지우기 전략이다. 본부장은 이순신 장군의 혁혁한 공도 만고에 빛날 위업이지만 임진왜란 (또는 朝日전쟁) 당시 조선이란 나라를 이웃 신흥 강대국 일본이나 지역 패권국인 중국에 의해 강제 분할되지 않고 온전한 나라로 유지한 것만 가지고도 선조의 리더쉽을 높이 사고 싶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만큼 그 당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대에 가서 우리는 해양과 대륙 세력의 사이에서 결국 분할되지 않았는가. 좀 더 이야기하자면 당시 일본은 국력으로 보면 조선의 8배 정도 되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미 지역패권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기에 그 국력의 대소를 떠나 이미 조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이건 팩트다. 하지만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과 병합되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역사란 수많은 이해관계란 내용물을 품은 깁밥 같은 것이다. 단무지 맛이 강하게 나는 것이지 단무지만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항상 물밑의 이해관계를 주시해야 한다. 세계 어는 나라도 각 국가의 형편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 지역적으로 중국과 우리가 패권국과 주변국의 입장이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서로의 주체성을 훼손시킬 수 없는 힘과 힘이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에 국경을 나누고 다른 국호를 사용한 것이다. 주변에 누군가가 '역사상 우리가 일본에 대한 36년 정도의 짧은 점령기간에도, 중국에 대한 것보다 더 분개하는 이유'에 대해 본부장은 한 마디로 답할 수 있다. 역사상 조선은 언제나 독립국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형제국이나 부모국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각 국가는 개별 국가로서 주체성이 인정되어왔으나 유독 일제 강점기에는 아예 나라를 병합당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제의 그러한 행위는 그 당시 시대정신에 맞지 않았고, 따라서 그에 맞는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된다.

역사적으로 삼국지의 조조는 늘 간웅이나 역적의 평가를 받아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본부장도 어린 시절 동네에서 장난치고 놀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좋은 역할은 유비요 나쁜 역할은 언제나 조조였다. 어른들도 누굴 안 좋게 이야기할 때 '조조같은 놈'이란 말씀을 곧잘 하곤 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버릇없다는 말일 것이다. 즉 조조의 이미지가 그토록 간악하게 된 것은 그가 가진 과단성과 시대를 앞선 리딩(REAING) 능력 때문이다. 시대를 앞서 간다는 말이 무엇일까. 보다 나중 세대 즉 젊은 사람들의 눈으로 그들의 입장을 봐주는 것이다. 요즘 나이 먹은 분들이 젊어지고 싶어 안들이면서 정작 젊은이들 생각을 안 하는 것을 보면 본부장은 늘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조조의 발상은 늘 기득권에 반해 보이는 발상이었다. 결국 본부장이 조조의 시대정신을 읽는 능력에 큰 점수를 주는 근거는 그가 가진 냉정한 현실 파악 능력도 있지만 다음 세대에 대한 그의 상식적 배려 때문이다. 당시는 400년간 이어온 한나라가 기울어가고 도처에 군웅이 할거하는 시대였다. 대중들은 무질서에 지쳐가고 있었고 이젠 강력한 통치권을 가진 인물이 자신보다 강한 나쁜 놈들을 하루 빨리 처단해주길 바랬다. 유비가 던지는 한나라 재건 또한 강력한 통치력의 회복이란 측면에서는 공감을 산 부분이 있었고 또한 아직 한나라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수많은 학자나 관료 또한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일부 유비로 기울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체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유비가 구체제에 대해 온건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 쉽게 동조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다시 그 구체제를 안고서는 도무지 새로운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심이란 것은 결국 '될 것이 되는 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적벽에서 조조가 손권과 유비 연합군에게 100대군을 잃고 대패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아직 한나라를 떠나 보낼 민심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때이른 요구를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조가 100만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멸은커녕 한황제를 폐하고 오히려 자신의 아들을 황제에 옹립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읽어낸 시대정신 때문이었다. 시대정신이란 민심이 원하는 미래 공동체의 형성적 이미지다. 이제 우리 자식세대들은 부디 이런 시대에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나름의 먼저 세대의 조그마한(?) 배려인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아무리 자기 자식 세대의 행복을 바란들 자신의 희생을 담보로 하진 않는단 말이다. 그것은 역사가 보여준 리얼한 단면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와 아주 절묘한 타협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고 그 때에 모두가 함께 들고나오는 슬로건이 '시대 정신'이다.

본부장이 인류 역사적으로 보기엔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어 근대(近代)의 여명(黎明)을 연 15세기에서 16세기로 넘어가는 시기가 근래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시대 정신'의 흔적이고 그 이전에는 '축의 시대'라고 하여 동서양의 종교와 많은 선지자가 나왔던 기원전후 600년 사이다. 그외에는 말은 많으나 사실 확인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삼국지라는 문학 작품을 놓고 보지 않더라도 이 시기가 바로 축의 시대로서 시대정신이란 것이 출현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 작은 증거로 유비의 출현과 몰락이 있다. 유비라는 존재는 전형적인 보수적 이미지이며 심하게 말하면 과거회귀적인 성향을 가진 파쇼적(?) 인물이다. 20세기 히틀러나 무솔리니 또는 히로이또와 같이 카리스마적 리더쉽를 통해 전통적 리더쉽을 끄집어 내면서 합리적 리더쉽이란 개념을 아예 무시한 인물 말이다. 대중의 공감대가 아니라 신화적 요소를 통한 몇몇 영웅들의 출현을 의도적으로 기획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면도 비슷하다. 반면 조조의 경우는 그러 신화니 영웅이니 하는 말에 질색을 하는 스타일이다. 모든 정치 행위 그 중 가장 극단적인 전쟁 행위마저도 그는 민생과 관련된 먹고 사는 행위로 연결시킨다. 궁극적인 평화를 얻기 위해 좀 더 가혹하게 밀어붙여 정적을 소탕하고 전쟁을 종식시켜 하루빨리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만이 대중들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또한 그가 쓰는 용병의 특징을 보면 언제나 적의 장수를 중용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포용적 리더쉽을 구사했으며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그 재능에 따라 그를 평가해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이익에 반해가면서까지 남을 포용하는 일 또한 없는 현실적인 인물이었으나 당시 대중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신분을 불문한 인재등용이나 개인적으로 보면 심하게 방탕하기까지 한 자유분방한 연애관은 오히려 그 당시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이상주의적 인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조조 또한 본부장이 최고의 인간 단계로 치는 '현실적 이상주의자'의 범주에 속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부장이 보기에 중국 역사상 비록 가혹했지만 시대정신을 읽고 전국을 제패하고 또 다른 차원의 시대를 연 인물이 세 사람이 있다. 진나라의 진시황과 명나라의 주완장 그리고 한을 폐하고 또 다른 시대를 연 조조이다. 시대 정신이란 이처럼 현재 대중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원하는 것들의 총체요. 명확한 흐름이다. 지킬 것이 있었던 유비는 못보고 지킬 것이 없었던 조조는 볼 수 있었던 그 '시대정신'을 이제 가진 것 없는 여러분이 보게 될 것이라 본부장은 확신하는 바이다.

[정민우 청년의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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