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로빈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푸가 바로 그러한 존재이다. 자신의 기분대로 날씨가 변하는 헌드레드 에이커 숲에서 크리스토퍼는 마음껏 웃을 수 있다. 그곳에는 멋진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뇌를 가졌지만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마음을 가진 푸, 부끄러움 많고 착한 피글렛, 늘 팡팡 뛰며 자유를 분출하는 티거, 언제나 우울한 철학자 이요르, 매사에 성실하면서도 다소 수선스러운 래빗,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울, 사랑스러운 캥거루 아들 루와 포근한 엄마 캉가. 이들은 모두 크리스토퍼 안의 내재 되어 있는 인간의 다양성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나 그렇듯이 아이는 어른이 되며 자신만의 이상의 세계를 떠나게 된다. 결코 어떤 일이 있어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난 크리스토퍼 로빈. 그는 그 후 다양한 굴곡진 인생의 길을 걸으며 풍선보다 서류가 중요해지는 어른이 된다. 그런 그가 삶에서 길을 잃게 되었을 때 찾아온 푸는 그에게 잃어버린 진정한 자아를 불러온다.
사진:Pooh in an illustration by E. H. Shepard |
1977년 장편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우 - 오리지널 클래식>으로 널리 알려진 푸의 원작은 1926년 『곰돌이 푸우는 아무도 못말려 (WINNIE-THE-POOH)』이다. 이 책의 저자 A.A. 밀른은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소설가로,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의 곰인형 푸에게 순수한 생명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아무것도 안하게 된다면, 결국 중요한 뭔가를 하게 된다.”
“무슨 요일이지?”
“오늘이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군.”
푸의 단순한 삶 속의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엉뚱하게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푸는 경제적 가치만을 위해 쉼 없이 경쟁하고 달려야 하는 우리에게 찾아와 잃어버린 순수한 삶의 의미를 깨우쳐 준다. 그런 점에서 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한다. 하늘에 빛나는 어린왕자의 소행성 B612가 있기에 모든 별이 더욱 아름다워진 것처럼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푸의 나무 덕분에 모든 숲이 특별해진다.
인형, 이불, 그림, 책, 일기, 편지 등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것들. 우연히 발견하게 된 먼지 묻은 추억들을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보기만 해도 그 시절의 향수가 현재의 삶을 위로해 준다. 시린 바람이 불어올수록 마음을 데우는 특별한 것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유재은 작가/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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