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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CEO 열전] (9) 임영서 죽이야기 대표 | ‘점주와의 분쟁’ 없는 게 최고 자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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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서 죽이야기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국내 죽 프랜차이즈 2위 업체 대표면서 동시에 영화·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누구나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기 마련.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임 대표에게 전자는 돈을 버는 것, 후자는 배우였다. 후자를 위해 대학 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다. 1987년 MBC 청소년 드라마 ‘푸른 계절’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이여. 그 바닥은 배가 고팠다. 해야 하는 것을 좇아 대학 졸업 후 일본 유학을 떠났다.

20여년이 흘러 그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국내 400개, 해외 43개 가맹점을 거느린 기업을 일궜고 최근 제57회 전라예술제에서 영화 ‘미친도시’로 신인남우조연상도 수상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그린 영화 ‘12년간의 잔혹사 551’에도 주조연급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그래도 언제나 최우선은 가맹점주다. 신규 오픈 매장은 어디든 항상 달려가고, 10년 이상 장기 가맹점도 매년 들른다. ‘가맹점주와 가장 많이 만난 프랜차이즈 대표’를 자임한다. ‘죽’이란 업종 특성상 나이 많은 부부 점주가 많아 불편한 점을 계속 발견해주고 들어주는 스킨십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약 가맹점은 늘 손수 편지를 보낸다. 한 주에 20여개가 몰려 밤을 새운 적도 있다고.

그 덕분일까. 2003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점주와의 분쟁은 단 한 차례뿐. 그마저도 중도에 취하됐다. 지속 성장과 상생 노력을 인정받아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에 5회 연속 선정됐다.

매경이코노미

1970년생/ 성결대 기독교교육학과/ 도쿄비주얼아트스쿨/ 세종대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경영학 석사/ 연세대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과정 12기/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이사(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현)


Q 죽이야기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1980년대 후반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라는 잡지에서 ‘취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창업의 시대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사무자동화’ 시대가 되면 일자리가 줄고 퇴사 연령이 60대에서 40대까지 내려오게 된다더군요. 그럼 장사하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 ‘장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해보자’ 싶었습니다. 창업 컨설턴트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프랜차이즈를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한국과 소비 패턴이 비슷한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요. 1990년대에는 일본에도 프랜차이즈 학과가 없었죠. 장사는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싶어 도쿄비주얼아트스쿨에 입학했습니다. 일본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시작한 꽃, 과일 장사가 잘돼서 7개 가맹점을 내고 직접 소규모 프랜차이즈도 운영했어요. 요시노야, 모스버거, 세븐일레븐 등 일본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도 틈나는 대로 가서 들었죠. 그렇게 다닌 프랜차이즈만 200여개 됩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 컨설턴트를 하던 중 어느 죽 전문점을 컨설팅하게 됐어요. 하다 보니 ‘앞으로는 죽 시장이 커지겠다’ 싶어 2003년 8월 죽이야기 1호점을 열게 됐습니다. 가난한 시절에는 싸고 양 많은 음식이 잘되지만 먹고살 만한 시대에는 건강과 여가활동이 중요해지거든요. 커피, 치킨 등 다른 업종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고 경기 흐름을 덜 타는 것도 죽 사업의 장점입니다.

Q 죽이야기가 15년간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A 2000년대 초반에는 ‘콘지하우스’라는 죽 프랜차이즈가 압도적 1위였어요. 죽이야기를 시작할 때 이미 200여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었죠. 그러나 콘지하우스는 흰쌀죽 위주여서 메뉴 구성이 단조로웠습니다. 다양한 맛을 찾는 현대인의 기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문을 닫았어요. 반면 죽이야기는 수십 가지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켰죠.

특히 죽이야기는 다른 죽 프랜차이즈와 조리법이 다릅니다. 먼저 죽밥을 끓인 뒤 채소 등 식재료를 넣는 다른 곳과 달리, 죽이야기는 밥과 채소를 먼저 한 번 볶은 뒤 죽을 쑵니다. 조리 과정이 하나 더 추가돼 더 고소하고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볶으면 발효가 천천히 돼서 포장해 간 고객이 1~2일 뒤 데워 먹어도 원래 맛 복원력이 더 좋죠. 또 다른 곳은 대부분 OEM으로 제품을 납품받아 가맹점에 공급하지만 죽이야기는 국내 유일하게 곤지암에 자체 공장을 두고 직접 제품을 생산합니다.

Q 마스터 프랜차이즈가 아닌, 직접 가맹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A 미국과 달리 국내 프랜차이즈는 아직 해외에서 로열티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에요. 로열티를 떼이는 경우도 있고요. 죽이야기도 한때 중국에서 5억원에 사업권을 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수년 뒤 다른 곳에서 20억원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우선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제값을 받을 생각입니다.

현재 중국지사에 직원 2명이 파견 나가 있고 베트남도 이번에 직원을 보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점포 개설 문의가 오면 한국에 직접 와서 상담받고 계약하라고 하죠. 육수, 수저, 포장재 등은 물론 한국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미역, 매생이, 북어, 멸치, 장류 등 각종 식자재도 모두 한국에서 직접 공수하게 합니다.

이렇게 까다로운데도 현재 해외에 43개 매장이 있습니다. 30평 미만 매장은 죽과 비빔밥, 볶음밥, 덮밥 메뉴를 더한 ‘J스토리’, 30평 이상 매장은 J스토리에 탕, 전골, 구이 메뉴를 추가한 토털 한식 브랜드 ‘림스푸드스토리’로 출점했어요.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대부분이 교포 대상 영업을 하지만 죽이야기는 미국과 중국에서 80% 이상이 현지인 고객입니다.

Q 영화·연극 배우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A 배우가 되는 것은 어린 시절 꿈이기도 했고, 지금은 가맹점 홍보를 위해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연예인은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사업을 하지만 저는 반대로 사업을 바탕으로 연예인이 돼서 홍보를 하는 셈이죠. 2015년에는 KBS 드라마 ‘파랑새의 집’에 죽이야기 PPL을 진행하면서 죽집 사장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단, 드라마는 촬영이 수개월간 지속되니 시간을 많이 뺏기더라고요. 한순간에 몰아서 촬영하는 영화 위주로 활동하는 이유입니다.

Q 향후 경영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해외 사업 확장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2020년까지 10여개국에 100개점, 2025년까지 30여개국에 500개점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내에서도 80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고요.

국내는 물론, 해외를 포함해 한식 프랜차이즈 업계 1위 브랜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현재 한식 브랜드로 해외에 4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몇 안 됩니다. 다음 세대의 해외 진출에 길잡이 역할을 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매진할 계획입니다.

저는 항상 미래의 식품업계 시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앞으로 닥쳐올 식량 위기를 대비한 사업도 준비 중이에요. 유기농법을 통해 쌀과 고구마 등 농산물을 키워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도 살고 있는 양평에 자연치유센터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돌아가셔서 누구보다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해왔거든요. 암이나 난치병을 앓는 환자들이 쉬면서 건강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9호 (2018.10.17~10.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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