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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콩 심은 데 바이오플라스틱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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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다. 최근 그 소리가 더 커진 것은 중국 때문이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수입국인 중국이 올해부터 환경 문제를 이유를 폐(廢)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하자, 전 세계가 플라스틱 쓰레기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장 '플라스틱과의 작별'은 쉽지 않다. 비닐봉투와 빨대, 일회용 용기 등 우리 생활은 이미 플라스틱에 중독돼 있다. 쉽게 가공할 수 있고, 값도 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2015년 기준)은 3억2000만t이 넘는다"고 밝혔다. 종이·나무 등이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규모 벌목 등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키워드)이다.

◇어떤 바이오플라스틱 있나

일반적으로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와 사탕수수, 미역 같은 생물 등에서 추출한 물질을 사용해 만든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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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환경에 덜 해로운 바이오플라스틱 개발과 상용화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SK케미칼의 바이오플라스틱 ‘에코젠’으로 만든 병. /SK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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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은 크게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은 옥수수 등 바이오 매스(생물성 원료) 함량이 5~25% 정도 되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등 공해 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바이오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바이오 PP(폴리프로필렌), 바이오 PE(폴리에틸렌) 등의 이름을 달고 생산된다. 일반 플라스틱과 강도(强度)도 비슷한데, 잘 썩지 않는다. 어떤 바이오플라스틱은 땅에서 100년 이상 안 썩는 경우도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바이오 매스 함량이 50% 이상으로 잘 썩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PLA (polylactic acid)가 대표적이다. 기존 석유화학 제품 중에서도 생분해가 되는 PBAT(폴리부틸렌 아디프텔레프탈레이트)와 PBS(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가 있다. '잘 분해된다'는 것은 이 제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용도가 제한된다. 가격도 비싸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김치를 보관한 플라스틱 용기가 냉장고 속에서 분해되면 안 되지 않느냐"며 "사용할 때는 분해되지 않고, 땅속에서만 잘 썩는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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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이 지난해 내놓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의 3D프린터용 필라멘트(위)와 각종 용기. /SK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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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의 원료도 다양해지고 있다. 옥수수·사탕수수 이외에 녹조류와 이산화탄소 등을 이용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 2016년 이화여대 박진병 교수팀은 바다 녹조류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 녹조류에서 지방산을 분리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옥수수를 이용할 경우 식량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지만, 녹조류는 그런 우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았다. 온실가스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먹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2016년 미국 스탠퍼드 연구팀은 이산화탄소와 못 먹는 식물 찌꺼기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활용도 넓어지지만 가격·내구성 한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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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한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내구성을 높이고 가공이 쉽도록 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포장재 같은 단순한 제품뿐 아니라 3D(입체) 프린터용 재료 등으로 활용도가 넓어지는 추세다.

PLA는 유연하지 않아 포장재로 사용하면 쥐거나 구길 때 소음이 심하고, 열에 약해 가공이 쉽지 않았다. 최근 이런 단점을 해결한 제품이 개발되면서 3D(입체) 프린터용 필라멘트(가느다란 실 형태의 플라스틱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SK케미칼은 "일반 PLA는 섭씨 50도 정도 열을 가하면 녹는데, 새로 만든 PLA는 100도의 높은 열에도 견딜 수 있어 다양한 형태로 성형이 가능해 제품 활용도가 뛰어나다"며 "프린팅 속도도 빨라졌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은 PLA 포장재의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유연한 PLA소재를 개발, 사업화를 준비중에 있다. 롯데케미칼도 옥수수·사탕수수로 만든 PLA를 활용해 3D 프린터용 필라멘트를 개발했다. 롯데케미칼은 "연구소 내 시험 공장에서 소량 생산해 판매 중"이라고 밝혔다.

내구성과 가격 때문에 아직 시장이 커지지 않는 한계도 있다. 휴비스는 PLA를 이용한 의류용 원사를 개발했다. 또 바이오 매스를 첨가해 생분해가 가능한 제품도 만들었다. 하지만 가격이 일반 원사에 비해 50% 정도 높아 수요가 많지 않아 현재는 생산을 중단했다. 휴비스 측은 "실 같은 원재료의 경우 가격이 10%만 비싸도 수요가 떨어진다"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더 높아져야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논란 탓에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건축자재 회사인 LG하우시스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가구용 필름을 출시했다. 그동안 가구용 필름 업계에서는 페트병의 불순물로 인한 제품의 색상과 품질의 편차, 합판과 가구용 필름 사이가 벌어지는 박리 현상 문제로 페트병 재활용이 어려웠다. LG하우시스는 제품 구조를 최적화하는 독자 기술로 박리 문제와 색상 및 품질 편차를 해결했다.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

보통 옥수수·해조류 등 생물과 우유 같은 식품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인체에 해(害)가 적지만 잘 썩지 않는 바이오베이스(biobased) 플라스틱과 땅이나 물속에서 박테리아 등에 의해 잘 분해되는 생분해성(biodegradable) 플라스틱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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