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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매경데스크] 시한폭탄 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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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5.2%에 달했다. 조사 대상 43개국 중 2014년 12위에서 7위로 높아졌다. 2013년 초 1000조원인 한국의 가계부채는 5년 만에 1500조원으로 급팽창했다.

더 큰 문제는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 속도다. 올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높아졌다. 작년 2분기 말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7.6%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4.9%)보다 훨씬 높았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른 것이다. 이 같은 증가율은 중국과 홍콩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조사 대상국 절반 이상이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더욱 우려된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결과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이 사상 최고다. BIS가 발표한 한국의 올 1분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2%다. DSR는 연간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을 갚는 수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가계가 연간 1억원을 번다면 이 가운데 1220만원을 빚을 갚는 데 쓴 셈이다. 이는 가계부채가 늘었고 시중금리는 오르는데 소득은 늘어나지 않아 생긴 결과다. 이번에 BIS에 가계부채 현황을 제출한 17개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지난 2년간 DSR 상승폭이 가장 컸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가계 빚이 늘어난 주된 원인은 지난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 열풍이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부동산 대출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은근히 부추겼다. 가계는 저리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했고 은행들은 부실 위험이 큰 기업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작년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한 번 부풀려진 가계부채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국내 금융회사들도 대출금리를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월 말보다 0.2%포인트 이상 올라 연리 5%에 육박한다. 서민이 생활자금으로 많이 쓰는 개인 신용대출의 이자 부담도 1년 새 많게는 30%가량 늘었다. 신용등급이 1~2등급인 사람이 KB국민은행에서 1년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로 빌릴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 작년 9월 2.72%에서 지금은 3.45%로 올랐다.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이자 부담이 1년 새 271만원에서 345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새로 대출받거나 만기 연장 때 이자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위기가 몰려올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되는 뇌관을 파악해 제거하는 일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이 뇌관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층이거나 신용등급이 하위인 7~10등급이면서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는 150만명에 달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쓰는 취약계층부터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은 정부와 개인 모두 대처 방안을 짜야 할 때다. 정부는 종합적인 가계부채 위기관리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발생의 충격이 확산될 경로를 예상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가계부채발(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정부 부처 간 협조체제를 점검하고 그 시스템의 모의 테스트도 해야 한다. 대출 원리금 연체가 과도하게 발생한다면 경매에 넘기는 기간을 연장해 연체 가구 스스로가 해결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수도 있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변동금리에 대한 일정한 상한선을 도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갑작스럽게 대출을 전면 규제한다면 또 다른 충격이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가계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값 하락기에 대비해 채무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더 오른 금리를 적용받기 전에 대출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 대출계약을 갱신할 때는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이 아닌 원금 분할 상환 방식 등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가계부채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모든 경제 주체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김대영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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