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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책속의 발견]19. 집앞 작은 공원이 주는 삶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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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주경제

서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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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타고 한 시간 가야 하는 1만평짜리 공원보다 한 걸음 앞에 손바닥만 한 마당이나 열 걸음 걸어서 있는 운치 있는 골목이 더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강북 달동네로, 유럽의 골목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을유문화사), 193쪽>

지난 한글날 책 한 권을 들고 서울숲을 찾았습니다. 따뜻하고 맑은 날이어서 그런지 휴일을 맞아 나들이 온 가족, 연인, 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집 근처에 이런 자연 공간이 있다는 게 행운인 것 같습니다. 서울숲뿐 아니라 여의도공원, 한강 둔치 등 서울 안에는 공원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항상 받습니다.

이는 공원이라는 장소를 마음먹고 가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이곳을 찾은 대부분이 차나 지하철을 타고 왔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공원에 가면 잘 차려입은 사람이 눈에 많이 띕니다. 집에서 바로 나온 듯 부스스한 모습의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벤치에 홀로 누워 책을 보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여럿이 텐트를 치고 그럴싸한 도시락을 펼쳐놓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원에서 쉬는 게 일상이 아니라 하나의 큰 이벤트인 듯합니다. 거대한 공원은 곳곳에 있는데 반해 집 앞 열 걸음 거리 안에 있는 작은 공원은 부족한 탓입니다. 공간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이유로 도시를 빽빽하게 채워놓은 결과입니다.

좁은 카페에 항상 사람이 가득 차 있는 것도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상입니다. 집 앞에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카페밖에 없는 것이죠. 한강 변에 세워진 아파트의 값이 치솟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서울숲 바로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우뚝 서 있고 바로 옆에는 가장 비싸게 분양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공원은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공간입니다. 빌딩 숲속 치열한 삶에서 유일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공간에 이러한 장소가 많아져야 하겠습니다.
홍성환 기자 kakahong@ajunews.com

홍성환 kaka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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