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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교통카드 사용하는 중국, 그래도 버스 차장 안 자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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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길게보고 크게놀기]매년 1300만명 이상 사회 진출하는 중국…일자리 창출 고민하는 중국정부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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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해서 대중교통을 타고 베이징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교통카드를 찍거나 승무원(乘務員·차장)한테 버스요금을 건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승객이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내버스에 승무원이 있을 필유가 없어졌다. 20대 초반인 승무원은 멍하니 서있다가 한번씩 정류장 이름을 말하거나 노인이 탔을 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지하철도 상황이 비슷했다. 베이징 지하철은 객차마다 승무관리원이 한 명씩 배치돼 있다. 이들 역시 하는 일 없이 단지 서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우두커니 서있으면서도 스마트폰을 안 보는 건 인상적이었다.

◇일자리 창출 고민하는 중국정부

사실 시내버스 승무원과 지하철 승무관리원은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일자리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유지하고 있다. 왜 일까.

중국에는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을 하는 농민공만 2억8000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런데 매년 사회로 진입하는 신규 인력 수도 엄청나다. 올해 중국의 대학졸업생은 82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인원도 500만명이 넘는다. 14억 중국인구의 약 1%에 달하는 1300여만명이 올해 사회로 진입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에 경제성장보다 더 큰 과제는 매년 1300만명에 달하는 사회초년생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이들이 직장을 찾지 못하면 사회불만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자리 창출을 언급한다. 올해 3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리커창총리는 “한 가정에게 있어 취업은 하늘만큼 큰 일이다. 한 사람이 직장이 없다면, 한 가정은 생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만약 대학생이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된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라고 말할 정도로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신규 취업자수는 1351만명을 기록했다. 취업시장으로 나온 중국 청년 대부분이 일자리를 구한 셈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가 준다면

하지만 중국이 전 세계 인공지능혁신센터로 떠오르고 로봇시장도 크게 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에게 인공지능(AI)은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면서 더 강해진 차이나 파워의 원동력은 사실 14억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많은 인구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이런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추세다. 최근 중국 제조업체들은 치솟는 인건비로 인해 생산라인에 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로봇시장 규모는 62억 달러로 전 세계 시장의 40%를 넘었다.

특히 중국 로봇시장은 산업용 로봇의 판매 비중이 67%에 달할 정도로 공장 자동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미숙련 공장노동자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뿐만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전문성이 낮은 화이트 칼라(=사무직)의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발전을 적극 장려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차세대인공지능발전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중국을 전 세계 인공지능혁신센터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공지능 기업의 투자 및 자금조달 규모가 1800억 위안(약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기술 발달은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인공지능과 로봇 대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우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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