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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보훈처, 8년 간 ‘님을 위한 행진곡’ 파행···“이명박·박근혜 거부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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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2008년 5·18기념식 참석 후 청와대서 지적

· 보훈처 내부 문건에도 “반정부 시위에 사용되는 노래…기념곡 부적절”




경향신문

2016년 5월11일 오전 광주시청 잔디광장에서 지역 각계 인사들이 광주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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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보수정부 당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난 것은 당시 대통령들의 거부감 때문이라고 국가보훈처가 11일 밝혔다. 또 당시 보훈처가 이 노래의 제창과 기념곡 지정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해 활동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훈처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는 이날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8월13일부터 진상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2009~2016년 8년 동안 5·18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해 파행이 일어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한 2008년 5·18기념식 이후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지적이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 실제 2009년 기념행사부터는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제외됐다. 이에 5·18 단체와 유가족들은 2010년 기념식에 아예 불참했다.

위원회는 또 2011년 행사부터 이 노래를 부를 때 참석자들의 기립이나 제창을 막기 위해 준비했고, 정부 대표가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곤란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1년 5월2일 보훈처 기념사업과에서 작성한 ‘제31주년 5.18기념식 님을 위한 행진곡 사용 관련 우리처 입장’ 문건에는 “반정부 시위에 사용되고 있는 노래를 정부기념식가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정부대표로 참석한 주빈이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도 곤란”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문건에는 또 보훈처의 방침을 5·18 관련 단체에 통보하면 “해당 단체에서 수용 가능성이 희박하고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라며 보훈처의 의견을 통보하지 않기로 했다.

보훈처는 2012년 ‘님을 위한 행진곡 공연 계획안’에서 “참석자들의 기립과 제창을 최대한 차단”이라고 밝혔다. 또 “전주(1분 30초) 도입, 편곡, 무용,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가 2013년 6월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촉구를 결의한 이후에도 보훈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견수렴 없이 구두·전화로 의견을 수렴해 반대 의견만 내세웠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대표적 보수인사로부터 ‘님을 위한 행진곡’의 부정적인 평가를 자문받았다. 또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부르는 것을 두고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가 찬성 43%, 반대 20%로 나오자, “찬성이 과반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하다고 봄”이라며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또 보훈단체가 2014년 4월9일 이 노래의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광고를 보수매체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보훈처가 이를 사전에 계획한 정황도 나왔다. 보훈처가 2014년 4월7일 작성한 ‘5·18 기념곡 관련 OOO의원 설명 결과보고’ 문건에는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전 단체 명의의 광고게재’, ‘재향군인회 안보국장 연락, 광고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보훈처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정권에 따라 왜곡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앞으로 보훈단체를 정치적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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