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R&D법인 분리 강행 논란
노조 "생산법인 문 닫기 위한 수순"
산은도 법원에 주총 금지 가처분
한국GM 측 "철수할 이유 없어"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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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피용익 박종오 기자] 한국GM이 연구개발(R&D)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한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라는 의혹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국감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노조는 한국GM의 ‘먹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GM이 R&D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것은 기존 생산법인의 문을 닫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의 부서를 묶어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산은이 추천해 임명된 이사들은 분리 안건에 반대했지만, 표결을 통해 안건이 통과됐다. 한국GM 이사회는 제너럴모터스(GM) 측 이사 7명, 산은 측 이사 3명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한국GM이 내세운 법인 분리의 이유는 한국 R&D 센터의 위상 강화다. 한국GM의 R&D 부문으로 남아 있으면 부평 및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경차와 소형차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만, 법인을 분리해 GM 글로벌 연구센터의 일원이 되면 모든 차종을 개발할 기회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법인 분리는 우리와 GM이 맺은 기본 협약서에도 없던 내용”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법인 분리하는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것인데, 한국GM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R&D 법인 분리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오는 19일 개최하는 주주총회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노조는 R&D 전담 신설 법인이 설립되면 나머지 생산 기능은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은 한국 철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에 최소 10년간 머물기로 산은과 합의했고, 10년간 36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7월 한국GM에 추가로 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카젬 사장 국감 불출석
국회 산업위는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이유를 묻기 위해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이날 카젬 사장은 불출석했다. 그는 사유서를 통해 “산업은행과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산업은행 대표자와 같은 날 공개석상에서 현안에 관한 토의가 이뤄지면 법적 절차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국GM이 일방적으로 R&D 법인 분리를 추진 중인데, 이는 지난 5월 정부와 GM이 체결한 정상화 방안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카허 카젬 사장이 국회에 나와 군산공장 재활용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GM 측은 지난 7월부터 R&D 법인 신설을 강행하고 있다”며 “국민 혈세를 투입해가며 합의한 계약서와 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GM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위는 오는 29일 종합감사에서 카젬 사장을 다시 증인으로 출석시킨다는 입장이지만, 한국GM은 이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 한국GM 판매량 지속 감소
GM의 한국 철수설이 재차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GM의 자동차 판매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동기 대비 11.7% 감소한 24만6386대(내수 4만2497대, 수출 20만3889대)를 판매했다. 7월부터 9월까지도 매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자릿수 판매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로써 한국GM은 철수설이 본격화됐던 지난 3월 쌍용자동차에 내수 판매 3위 자리를 내준 뒤 줄곧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10월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연계해 차종별 최대 52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도 파격 할인에 나서고 있어 3위 탈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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