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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北, 비핵화 진정성 ‘교황 지렛대’ 삼아 공인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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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교황 초청 이유는 / 교황, 南北 평화 메시지 잇단 발표 / 北, 종교의 자유 개선 메시지 가능 / 독재국가 탈피 정상국가 편입 노려 / 교황, 中과 화해모드… 첫 방북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방문 초청을 제안한 것은 북·미 협상을 통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되돌릴 수 없도록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리고 정상국가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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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고립 탈피 정상국가 지향

김 위원장은 북·미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주고받는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북·미 관계 정상화에 따라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경우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듯하다.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렛대 삼아 정상국가로 편입하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의도인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주요 계기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9일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염원하는 세계와 함께 가고, 오래된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 종교의 자유 등 북한 인권 문제 개선 신호를 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황 방북 자체가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북한의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북한은 헌법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 독재국가로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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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쿠바 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지난 2015년 9월20일 쿠바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교황, 첫 방북 성사 여부 관심

천주교계는 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이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더 진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이날 “이 일을 계기로 바티칸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가 진전되고 개선되기를 바라며, 한국 천주교회는 더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 가능성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51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교황청이 최근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점도 교황 방북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8일 정오 교황청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을 갖는 것은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남북 문제에 관심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면담에 앞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17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진행하는 점도 교황의 뜻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 건 처음은 아닌 만큼 성사 여부는 북·미 관계 개선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유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초청 의사를 밝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강구열·박세준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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