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사설]명품 구입·벤츠 수리 등 줄줄 새는 ‘청년농부’ 지원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년농부의 영농정착이나 귀촌·귀농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금이 제멋대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청년농부에게 주는 지원금이 고급수입차인 벤츠 수리비, 수백만원짜리 명품·가구 구입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더구나 지원금은 현금이 아닌 직불카드로 지급하는데, 카드를 현금화한 ‘카드깡’이 의심되는 실적도 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 6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귀촌·귀농 활성화를 위해 지급한 정부지원금이 기획부동산 투자금이나 애견 사육·분양업체 창업 등 잘못된 곳에 사용됐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1985건(약 676억원)의 귀촌·귀농 관련 정부지원금 위반사항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농촌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금이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농촌지원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촌이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구감소로 30년 안에 84개 기초지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래서 농촌총각에게 결혼자금을 지원하거나, 귀촌·귀농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창업지원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청년농부에 대한 영농정착금 지원도 그 일환이다. 정부는 영농 초기에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농부에게 월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8월 말까지 사용내역을 보니 마트와 편의점, 쇼핑, 음식점이 대부분이고 농업 관련 분야 사용실적은 5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사용금액 44억2000만원 가운데 90% 가까이가 엉뚱한 곳에 쓰인 것이다. 정부의 관리소홀을 틈타 지원금을 제멋대로 사용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귀농·귀촌인들은 영농 경험과 시설자금이 부족하며, 재배작물의 판로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농촌에 정착하겠다고 하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지원은 정부의 마땅한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금으로 사익을 챙기는 행위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다. 정부는 내년에 청년농부에 대한 지원을 올해보다 3배 가까이 증액한 23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혈세 지원에 앞서 농촌 지원금이 사업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원금이 줄줄 새는 상황에서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영농정착이나 농촌활성화는 연목구어일 뿐이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