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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1)골든타임과의 싸움, 빈틈없는 ‘생존사슬’ 구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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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만여명 발생 ‘심정지’

예방·조기 발견 → 신속한 심폐소생술·AED 사용 → 통합치료

시민·119구급대·의료진의 단계별 역할 수행과 협업체계 필요

경향신문

이미진 교수(왼쪽 두 번째)와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이 급성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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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들리는 고함 소리와 구급차 사이렌 소리, 헬기로 환자가 곧 이송되어 온다는 무전소리와 함께 소생술실에서 울리는 모니터 알람소리들….

경향신문

근무자들에겐 익숙한 소리이지만 처음 온 사람들에겐 무섭고 두려운 소리들로 일상이 시작하고 끝마치는 곳, 바로 응급실이다. 응급질환 중 생과 사를 넘나드는 가장 긴박한 순간이 바로 급사 혹은 심장마비라고 불리는 급성심정지 상황이다. 흔히 가슴압박을 하는 의료진과 전기 쇼크를 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이 심정지 상황(119구급대 병원 이송)이 실제 우리나라 전역에서 매년 약 3만명이나 발생하고 있다.

심정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질병과는 차이를 보인다. 첫째, 골든타임이 정해져 있어 심정지 발생 후 4~5분 이내에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지 않는 경우 뇌기능 회복이 지연되어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기거나 사망한다는 점이다.

둘째,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응급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 도착 전에 심정지를 목격한 시민들이나 가족들의 첫 행동이 환자 예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이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간 연결고리인 119구급대의 이송단계에서 시행되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하여 전체 사회가 해야 할 역할들이 포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인 인프라 구축과 노력은 지속되어 2007년 국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공공기관·공항·철도역·항만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이하 AED)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선의의 응급처치로 인한 손해에 대한 면책조항이 만들어져 일반인이 심폐소생술과 함께 AED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2013년부터 일반인을 위한 소생술 표준 교육프로그램이 개발 배포되었고, 2013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2018년부터는 AED를 포함하는 응급장비 관리에 대한 의무조항이 순차적으로 강화되었다.

심정지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흔히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으로 대표되는 심폐소생술이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키기 위해 반드시 일련의 단계들이 필요한데, 이를 전 세계적으로 생존사슬(chain of survival)이라 부른다. 심정지의 예방과 조기발견→신속한 신고→신속한 심폐소생술→신속한 심장충격(제세동)→효과적인 전문소생술과 심정지 후 통합치료 등 다섯개의 연결고리로 이루어진 생존사슬은 병원 밖 일반시민들이 해야 할 ‘심정지 시 국민행동지침’과 예방수칙부터 병원 내 전문치료 모두가 포괄적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급성심정지인 경우 의료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5~10% 미만의 생존퇴원율을 보이고 있다. 낮은 생존율을 고려할 때 심정지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치료하여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심근경색·심부전·부정맥 등 고위험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가슴통증, 두근거림, 호흡곤란, 무력감 등의 심정지 위험증상을 조기 인지하여 발생 시 즉시 119에 연락하도록 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심정지 발생의 60~75%는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서 일어나므로 미리미리 심폐소생술을 배워 일차적으로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태세를 갖추자.

심정지는 일반시민·119구급대·병원의료진이 모두가 힘을 모아 생존사슬에 해당하는 역할을 조화롭게 수행해야만 가족과 사회로 복귀하는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병원 단계의 의료진은 목표체온유지술(저체온요법)을 포함하는 전문적 통합치료를 개발하고, 병원과 사회의 연결고리인 119구급대의 응급의료체계 활성화와 구급활동에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되며, 아울러 심정지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은 일반인에게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을 포함하여 ‘심정지 시 국민행동지침’을 홍보해야 한다.

201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주도로 만 12세 이전 전 세계 아이들에게 심폐소생술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Kids save lives(우리의 아이들이 생명을 구합니다)’ 캠페인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미진 |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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