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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지상파 오디션·서바이벌 프로 낯 뜨거운 케이블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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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더 유닛’ 대상만 바뀌었을 뿐/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와 유사/MBC 11월 방영 준비 ‘언더 나인틴’/엠넷 ‘슈퍼스타K’·‘고등래퍼’ 떠올라/

내부에서조차 “도 넘었다… 반성해야”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지상파를 보느니 차라리 케이블이나 종편을 보겠다.”

최근 MBC, KBS, SBS 등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지상파가 케이블이나 종편보다 뒤처진다는 말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나왔다. 최근에는 그나마 강세를 보였던 예능과 시사·교양 프로그램까지 케이블이나 종편에 밀리는 분위기다. 심각성을 느껴야 하지만 지상파는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오디션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케이블을 노골적으로 따라하고 있다. 이제는 내부에서조차 “베끼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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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케이블·종편 베끼기는 지난해 방송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이 대표적이다. ‘더 유닛’은 연예계에 ‘데뷔했음’에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가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28일 방송을 시작해 2월 10일 종영됐다. 남녀 가수 각각 63명씩 126명이 도전했으며, 남녀 각각 9명이 최종 선택됐다. 이들은 남자 그룹 유앤비(UNB)와 여자 그룹 유니티(UNI.T)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 제작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엠넷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베꼈기 때문이다. 엠넷은 2016년 1월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지난해 4월 ‘프로듀스 101 시즌2’를 방영했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연예계에 ‘데뷔하지 않은’ 가수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시즌1은 여자 연습생이, 시즌2는 남자 연습생이 참가했다. 각 시즌의 우승자 11명은 아이오아이(I.O.I)와 워너원(Wanna One)이란 이름의 그룹을 결성, 활동했다. ‘더 유닛’은 대상만 ‘가수 지망생’을 ‘현역 가수’로 바꾸었을 뿐 전체적인 내용은 ‘프로듀스 101’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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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의 케이블 베끼기는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MBC는 다음달 ‘언더 나인틴’(Under Nineteen)을 선보일 계획이다. 랩과 보컬, 퍼포먼스 등 3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 파트의 최강자들을 선발, 차세대 아이돌을 탄생시키는 10대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아직 전파를 타기도 전이지만 벌써부터 베끼기 논란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랩과 보컬, 퍼포먼스 등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엠넷이 2009년 처음 방송한 ‘슈퍼스타K’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10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선 엠넷의 ‘고등래퍼’와 비슷하다. ‘고등래퍼’는 10대 래퍼들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즌2까지 방영됐다.

MBC뮤직이 다음달 방영 준비 중인 ‘타겟 : 빌보드 - 킬빌’(Target : Billboard - KILL BILL·이하 ‘킬빌’)도 색다르지 않다. ‘킬빌’은 대한민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7명이 빌보드 차트 점령을 목표로 서바이벌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엠넷의 대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쇼미더머니’는 신인 래퍼가 스타 래퍼와 함께 한 팀이 돼 실력을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일곱 번째 시즌인 ‘쇼미더머니 777’이 지난달 7일부터 방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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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채널의 캐이블 채널 프로그램 베끼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은 엠넷의 ‘프로듀스 101’, MBC ‘언더나인틴’은 엠넷 ‘슈퍼스타K’와 ‘고등래퍼’, MBC뮤직 ‘타겟 : 빌보드 - 킬빌’은 엠넷 ‘쇼미더머니’, KBS2 ‘댄싱하이’는 엠넷 ‘댄싱나인’과 유사하다. 각 방송사 제공


지난달 7일부터 방영 중인 KBS2 ‘댄싱하이’도 베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댄싱하이’는 최고의 댄서를 가리기 위한 10대들의 댄스 배틀 프로그램이다. 엠넷이 2013년 첫선을 보인 뒤 2015년 시즌3까지 방영한 ‘댄싱나인’과 닮았다. ‘댄싱나인’은 최고의 춤꾼들이 펼치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대상이 ‘어른’에서 ‘10대’로 제한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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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노골적으로 케이블 베끼기에 열을 올리자, 이제는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와 MBC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 소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며 “케이블·종편 베끼기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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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젊고 참신한 생각을 많이 하는 감독들이 지상파를 떠난 것도 문제”라며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지 않으면 우려했던 지상파 몰락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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