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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中企 기술 혁신 이끌 ‘新 성과공유제’… 대기업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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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 연내 법제화 가능할까

중소기업들의 희망정책 1순위로 꼽히는 ‘협력이익공유제’가 올해 안에 입법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의 근거가 될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회에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위해 민주당 정재호 의원과 김경수 전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4건의 관련 법안이 소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도 협력이익공유 기업 확인절차와 세제혜택 등 우대지원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채택한 국정과제다. 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협력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정책수요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1순위로 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과공유제’로는 한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것은 성과공유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과를 나누는 방식이다. 2012년 참여기업이 77곳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311곳으로 증가했다. 성과공유제는 그러나 수탁기업에서 원가절감 등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이득분만 나눈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등 혁신 노력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수·위탁거래로 못박고 있어 유통·정보기술(IT)·플랫폼 기업 등 신산업 업종은 참여도 어렵다. 융·복합의 새로운 업종이 다양하게 창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익공유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 활동을 통해 달성한 이익을 협력사 기여도에 따라 나눠주는 제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달성할 경우 계약에 따라 기여분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신산업이나 전략적 제휴(협력사업)를 통한 제품 및 기술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에서 협력사의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에서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산업구조를 보다 수평적 네트워크 형태로 진일보시키고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모델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엔진개발사업 공동참여 시 협력사들에 연구개발투자비에 비례해 엔진 30년의 장기판매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보잉사는 50여개 부품공급자와 위험공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비행기 조립기간을 30일에서 3일로 단축했다. 수익은 최종제품 판매로 얻은 일정 부분을 계약에 따라 공유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사내 협력업체들에 격려금 및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협력사별 절대평가를 통해 등급(S~D등급)을 결정하고, 등급에 따라 인센티브(현금)를 차등 분배하고 있다. 협력사들은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유인효과가 생기고, 삼성은 제품 품질 향상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포스코도 조업과 정비 관련 작업을 수행하는 협력사와 안전관리 등 목표를 연 1회 설정해 목표달성 시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세계일보

◆“과도한 시장 개입” 반발…재계 설득이 관건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7월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모델을 2022년까지 200개 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올 5월에는 당정협의를 통해 법제화 추진 계획을 내놨다. 당정은 지난 5월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당정협의에서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관건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의 반발이다. 이들은 “성과공유제가 운용되고 있는데도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제도를 추가로 법제화하는 것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본능적인 거부감은 뿌리가 깊다.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거론하자 재계는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두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를 모르겠다”고 비판하면서 대기업이 반발해 도입이 중단됐고, 2015년 성과공유제와 통합됐다.

기업들의 논리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가 자율과 경쟁을 토대로 하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부품 조달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국내 중소 협력업체만 차별적으로 우대할 수 없고, 중소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재계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제도가 운용되도록 설계하고, 정부는 상생협력을 촉진하고 확산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7월부터 대학, 연구기관, 대기업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력이익공유제 연구회’를 운영 중이며, 연말에는 업종별 다양한 협력이익공유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성과공유 확산 추진본부 내에 ‘협력이익공유확산 TF’를 신설, 이익 공유를 단계별로 나누고,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상생협력기금에 1조원을 추가하고, 2020년까지 미(未)거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협력사 지원 플랫폼 개방률을 13%에서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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