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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日 과거사 정당화" vs "식민지배 前부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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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닷새간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에 일본이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욱일기 게양'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일본은 자위대 함선에 욱일기를 게양한 채 관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한국 정부와 욱일기 게양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 5일 돌연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네티즌들은 '과거사를 정당화하는 욱일기 게양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욱일기 게양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주장 등 다양한 관점을 내놓고 있다.

◆ 식민지 트라우마 자극 vs 국제법 관례

일제강점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에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게양한 채 들어오는 것을 문제 삼는 주장이 많다. 과거 욱일기를 내걸고 조선을 침략해 식민통치한 일본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에 욱일기와 함께 참석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반일정서를 자극할 뿐 아니라 행사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얘기다.

반면 관함식에 참석하는 함선이 국적을 표시하기 위한 외부 표식으로 군기를 게양하는 것은 국제법에 따른 관례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욱일기 사용을 중지했다가 1954년부터 다시 자위대 군기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 함선은 각 소속 국가의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본 함선 내 깃발 게양 문제에 다른 나라가 간섭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제국주의 정당화 vs 일본 근대화 상징

욱일기가 상징하는 바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온라인 여론 대부분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를 당시 욱일기를 앞세우고 비인도적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 주목한다. 욱일기는 군국주의의 상징이며 과거 전쟁범죄를 정당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본인들 시각에서 욱일기가 갖는 제국주의적 의미는 사실상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인 1870년 메이지 유신 당시 일본 군기로 채택됐다. 태양빛이 뻗어 나가는 형태인 욱일기 문양 원형은 메이지 유신보다 전인 에도 막부 시대부터 쓰인 '아사히 문양'이라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1920년대 독일 나치 상징으로 제작돼 제국주의 선전에 활용된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수평 비교하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메이지 유신과 함께 등장한 욱일기는 일본인들에게 근대화를 상징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반박이다.

◆ 사과 않는 일본 vs 과거 관함식선 게양

일본이 독일과 다른 행보를 보여온 점도 이번 '욱일기 게양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같은 전범국가였던 독일은 그동안 '홀로코스트(유태인 대량학살)' 등 과거에 저질렀던 전쟁범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수차례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한국에 과거사를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 직접 침략을 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욱일기 게양'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998년과 2008년 열린 대한민국 관함식 때는 일본 함선의 욱일기 게양을 한국이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일본으로서는 '전에는 용인했다가 왜 지금 와서 문제 삼나'라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이유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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