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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안효준 국민연금 CIO, 연금개혁·스튜어드십코드 안착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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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제8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선임된 안효준 신임 본부장(왼쪽)이 지난 8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돌연 사임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업계 안팎에선 유력 후보자 3명 중 유일하게 기금운용 경험이 있어 전문성 있는 인물이 됐다는 평가다.

국민의 노후자금 643조원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안 신임 본부장이 CIO의 오랜 공백에 따른 국민연금 수익률 저하, 전문인력 이탈, 스튜어드십 코드 안착 등 산적한 과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민연금공단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새 CIO에 안 사장을 임명했다.

안 본부장은 부산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 1988년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대우증권 홍콩지점 주식운용팀장, 호주 ANZ펀드운용 펀드매니저를 거쳐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 및 BNK금융지주를 이끌었다. 특히 2011∼2013년 국민연금에서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달 초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해외 투자와 기금운용 경험이 있는 안 본부장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IO에 국민연금 출신이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안 신임 본부장은 전문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이 위기 상황에 놓인 상황에서 국내외 자본시장과 국민연금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선임된 만큼 안 본부장이 이른 시일 내에 조직을 안정시키고 연금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수익률 저하, 전문인력 이탈, 독립성 확보, 스튜어드십 코드 안착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닥을 기고 있는 수익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수익률 등이 포함된 기금운용 수익률은 평균 1.39%로 지난해 연간 수익률인 7.26%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국내 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25.88%에서 올해 -6.11%로 급락해 10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이 수익률 하락 등 시장이 좋지 않았다지만 목표수익률에도 0.69%포인트 못 미쳤다. CIO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방치되면서 포트폴리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3년이나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만큼 안 본부장은 다양한 투자처 변화로 수익률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국내외 시장 변화를 살펴 새로운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문성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지난해 2월부터 핵심 인력들이 국민연금행을 꺼리고, 내부 전문가들의 퇴사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퇴사한 기금운용직은 총 41명에 달한다. 안 본부장은 "직원들과 스킨십을 늘려 조직을 하루빨리 안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지난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안착시켜야 하는 중책도 맡았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충직한 집사(steward)처럼 자신이 주식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 지침을 의미한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제고하고 동시에 기업 총수의 전횡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안 본부장이 CIO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의식한 듯 김성주 이사장은 임명식에서 "'삼성합병'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이 정상화돼야 한다"며 "운용 수익률은 인력과 시스템에 달린 만큼 안 CIO가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을 하루빨리 추스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CIO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수익률을 최우선에 두고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여건이 쉽지 않다"며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윗단에서 CIO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희주 기자 hj89@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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