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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MS도 못 삼킨 '아래아 한글'…글로벌 시장 향해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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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컴 말랑말랑 데이'에서 모델들이 한컴오피스 2018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18.4.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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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1989년 첫 선을 보인 '아래아 한글'은 개인용컴퓨터(PC)에서 한글을 활용해 다양한 문서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획기적인 토종 소프트웨어다.

9일 한글날 창립 28주년을 맞은 한글과컴퓨터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특징들을 디지털에서도 잘 구현하고 후세에도 잘 계승될 수 있도록 이바지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던 1998년, 아래아한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의해 생명이 끊길 뻔했다. 당시 한국은 아래아한글 점유율이 80%에 육박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MS워드'가 장악하지 못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만연한 불법복제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한글과컴퓨터'는 MS로부터 2000만달러의 자금을 받는 대신 아래아한글의 개발을 영원히 포기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자력으로 시장을 뒤집기가 여의치 않차 MS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아래아한글 자체를 더이상 개발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아래아한글을 되살린 것은 국민이었다. 아래아한글은 현대 한글 글자 1만1172자와 한글 고어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문서작성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벤처기업협회는 아래아한글이 사라짐으로 한국 사회가 치뤄야 할 재교육, 문서전환, 소프트웨어 재구매 등의 비용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토종 프로그램이 외산기업에 의해 사라진다는데 분개한 사용자들과 한글학자, 벤처기업가들은 '아래아한글 지키기 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아래아한글 살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100억원 투자 국민주 운동' 등을 펼쳐 결국 한글과컴퓨터의 MS 투자 유치를 무산시켰다.

애국심에 기대어 힘겹게 부활에 성공한 아래아한글은 이후로도 계속된 보안 위협과 타 오피스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 등을 지적받으며 기업 환경에서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파고든 MS의 파상공세에 80%에 달하던 아래아한글의 국내 점유율은 한때 10%대까지 하락했다. 더구나 한컴은 2000년대 경영권 분쟁, 대표이사 배임횡령 등에 시달리며 인수와 매각을 반복, 대주주만 8번이 바뀌는 등 경영상황이 매우 불안해져 2010년에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다.

2010년 김상철 회장이 한컴을 인수하면서 아래아한글은 모바일, 웹, 클라우드 등 변화하는 IT 환경을 적극 수용하며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시작했다.

한컴은 '한컴오피스'를 MS오피스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중남미, 중국, 러시아, 인도, 중동 등 신흥국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미국과 일본 웹 오피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한컴은 현재 0.5% 수준에 불과한 세계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올 4월 출시한 '한컴오피스 2018'은 음성으로 한글 입력이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다. 한컴 관계자는 "지난 28년간 축적된 한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끊임없이 개척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핵심분야에서도 발빠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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