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IPCC 총회 참석한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제니퍼 리 모건 사무총장이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설치된 북극곰 모형 앞에 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자 세계적인 기후변화 전문가인 제니퍼 리 모건 씨(52)의 말에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그는 1∼6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4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무척 더웠죠? 한국뿐이 아니에요. 스페인 마드리드는 낮 기온이 50도까지 올랐고, 수많은 지역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더웠죠. 대형 허리케인이 필리핀을 강타했어요. 온난화로 폭염은 물론 폭우,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이번 IPCC 총회에서는 195개 회원국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도 상승했다. 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올라가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2030∼2052년 사이에 1.5도를 초과해 상승한다. 1.5도 올라가면 여름철 북극 얼음이 100년에 한 번꼴로 사라지지만 2도 올라가면 10년에 한 번 사라진다. 해수면도 10cm 정도 높아져 해안 주변의 1000만 명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보고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6000개 논문을 검토하는 등 오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입니다. 1.5도로 묶어 두기 위한 ‘인류 구조계획’이죠. 기후변화의 대가를 정확히 알아야 해요. 시간이 정말 없어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한다. 2050년까지 전력 생산의 70∼85%가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한국 정부의 방향성은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속도나 규모가 부족해요. 더 많은 정책을 고려해야 합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시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만들어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어요. 애플, 씨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150개 주요 기업들도 앞으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기업 입장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새로운 투자이자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석유 등 화석에너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체질개선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 등이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 있다. 한국 역시 탈원전을 찬성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의 문제예요. 독일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를 재생에너지로 메웁니다. 대중의 지지도 큽니다. 독일에서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의 절반이 시민들의 자가발전시설에서 나와요. 집 지붕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하고 독립적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는 거죠.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면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결국 삶의 질이 좋아집니다. 이런 선순환을 정부가 알리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