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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말랑말랑 ‘액체괴물’… 꼭 말려서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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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어머니와 딸이 함께 만든 슬라임(일명 ‘액체괴물’)을 펼치며 놀고 있다. 슬라임 재료에는 ‘폼알데하이드’ ‘붕사가루’ 등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포함돼 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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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A 씨(40·여)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들 장난감인 슬라임, 이른바 ‘액체괴물’을 버릴 때마다 고민이다. 딸이 취미로 슬라임을 직접 집에서 만들면서 그만큼 버려야 하는 슬라임의 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액체 상태와 비슷한 점액질로 돼 있다 보니 쓰레기통에 버리기에는 영 꺼림칙하다. 물을 일반 쓰레기통에 따라 버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이나 종이 등 분리배출 대상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세면대나 싱크대에 물과 함께 흘려보내면 끈적끈적한 성분에 배관이 막힐 수도 있다. 궁여지책으로 A 씨는 슬라임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

슬라임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한 형태에 말랑말랑한 감촉의 슬라임을 만지다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주된 이유다. 만들기도 쉽다. 물풀과 붕사 가루, 물 등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를 섞으면 된다. 여기에 작은 스티로폼 구슬이나 반짝이 가루, 플라스틱 모형 등을 넣으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슬라임을 갖고 논 뒤 버릴 때다. A 씨처럼 물에 흘려보내다가는 자칫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물풀은 미량의 폼알데하이드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수질오염 물질로 지정돼 있다. 슬라임에 넣는 재료가 무궁무진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미지수다.

붕사 가루는 환경에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액체를 빨아들여 젤리 상태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붕사는 슬라임이 물에 흘러들어가도 쉽게 풀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하더라도 물속에서 녹거나 분해되기보다는 오히려 미세플라스틱처럼 잘게 쪼개져 수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수 배관으로 바로 흘러들어가는 세면대나 싱크대의 물과 달리 변기 물은 정화조를 거쳐 1차 여과된 뒤 오수 배관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잘게 쪼개진 슬라임까지 걸러낼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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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되는 슬라임도 환경에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올해 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슬라임 14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가소제나 가습기살균제에서 문제가 됐던 성분인 CMIT/MIT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슬라임을 물에 버리면 그 안에 있던 프탈레이트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물에 녹아나와 수중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CMIT/MIT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할 경우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슬라임을 버릴 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평평한 곳에 펴 말린 다음 잘게 쪼개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다. 슬라임을 제조해 판매하는 김나영 츄이샵 대표는 “슬라임에 수분이 많다보니 그냥 버리면 썩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무게도 있기 때문에 슬라임을 폐기할 때는 꼭 말려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슬라임(Slime)::

점액질 형태로 끈적끈적하고 말랑한 촉감의 장난감. 일명 액체괴물로 불린다. 미국 공포영화에서 연출 도구로 사용한 뒤 1970, 80년대 장난감 회사들이 슬라임을 생산하면서 대중화됐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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