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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643조 금고지기’에 증권맨 … 과거 국민연금 경력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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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CIO 안효준씨 임명

해외증권실장 때 10% 투자 손실

외압 논란 속 15개월 선임 진통

수익률 향상, 독립성 확보가 숙제

중앙일보

안효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 자산 643조원의 투자 총책임자 자리에 안효준(55·사진)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 사장이 올랐다. 자산운용업계 등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의 부진했던 운용 실적 등을 이유로 불안감을 표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연금공단은 8일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장에 안 사장을 임명했다. CIO 자리가 빈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임명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안 신임 본부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고, 이어 안 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1년3개월째 공석이었던 기금 CIO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안 본부장은 부산 배정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내디딘 뒤 호주계 ANZ 펀드매니지먼트, 일본계 다이와증권, 독일계 BEA 유니온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자산 운용을 담당했다. 이후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8월 최종 면접 대상에 오른 5명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 근무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1월 기금운용본부에 입사해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으로 일했다. 안 본부장은 “고착화하고 있는 저금리·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 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금 수익 제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채워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번째 공모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되자 당시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권유로 지원했는데 탈락했다”고 폭로하며 청와대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다.

2차 공모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라 전국사무금융노조 등이 반발하기도 했다. 주 전 사장은 결국 낙마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안 본부장은 외국과 국내에서 오랫동안 자산운용을 한 경험이 있다. 운용 전문가가 아닌 이들의 이름이 거명됐는데 안 본부장이 임명됐다고 하니 아무래도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좋지 않았던 그의 과거 운용 실적이 주된 이유다. 안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으로 일했던 2011년 기금 운용 수익률은 2.31%로 고꾸라졌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0.19%) 이후 최저 실적이었다. 그가 맡았던 해외 주식 부문에서 9.9%의 손실이 났다.

가뜩이나 올 1~7월 기금 수익률은 1.39%(연 환산 시 1.86%)로 2008년 이후 최악으로 추락할 위기 상황이다. 안 본부장이 수익률을 크게 올려야 할 구원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실적이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얘기다. 전북 전주로의 본사 이전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직원 이탈, 끊이지 않는 정치권 외압 논란 등 많은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 출신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사장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 자산 배분과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는 CIO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기금운용위원회, 정치권, 학계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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