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안효준씨 임명
해외증권실장 때 10% 투자 손실
외압 논란 속 15개월 선임 진통
수익률 향상, 독립성 확보가 숙제
안효준 |
국민연금공단은 8일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을 하는 기금운용본부장에 안 사장을 임명했다. CIO 자리가 빈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임명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안 신임 본부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고, 이어 안 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1년3개월째 공석이었던 기금 CIO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안 본부장은 부산 배정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내디딘 뒤 호주계 ANZ 펀드매니지먼트, 일본계 다이와증권, 독일계 BEA 유니온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자산 운용을 담당했다. 이후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8월 최종 면접 대상에 오른 5명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 근무 이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1월 기금운용본부에 입사해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으로 일했다. 안 본부장은 “고착화하고 있는 저금리·저성장 기조 등을 극복하기 위해 투자 지역과 대상을 다변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금 수익 제고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채워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번째 공모가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산되자 당시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권유로 지원했는데 탈락했다”고 폭로하며 청와대 외압 의혹이 일기도 했다.
2차 공모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올라 전국사무금융노조 등이 반발하기도 했다. 주 전 사장은 결국 낙마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안 본부장은 외국과 국내에서 오랫동안 자산운용을 한 경험이 있다. 운용 전문가가 아닌 이들의 이름이 거명됐는데 안 본부장이 임명됐다고 하니 아무래도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좋지 않았던 그의 과거 운용 실적이 주된 이유다. 안 본부장이 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으로 일했던 2011년 기금 운용 수익률은 2.31%로 고꾸라졌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0.19%) 이후 최저 실적이었다. 그가 맡았던 해외 주식 부문에서 9.9%의 손실이 났다.
가뜩이나 올 1~7월 기금 수익률은 1.39%(연 환산 시 1.86%)로 2008년 이후 최악으로 추락할 위기 상황이다. 안 본부장이 수익률을 크게 올려야 할 구원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실적이 썩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얘기다. 전북 전주로의 본사 이전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직원 이탈, 끊이지 않는 정치권 외압 논란 등 많은 숙제도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 출신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사장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 자산 배분과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는 CIO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기금운용위원회, 정치권, 학계에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이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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