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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고무된 문 대통령, 동북아 4국 정상 일정 이례적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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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정상회담 열릴 가능성도”

청와대 “동북아 세력 균형 바뀌어”

북·중, 평화협정 등 양국 협력 필요

내치 문제 푸틴, 북·러 회담 적극적

일각선 “북·중·러 밀착 땐 제재 약화”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별도로 조만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했다. 정상 간 만남은 당사국 양측이 동시에 발표하는 게 관례인데, 문 대통령이 미리 알린 게 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발언의 원고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

신중한 성격의 문 대통령이 이처럼 밝힌 데는 북핵 문제의 진전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지형에 가져올 긍정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에게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가 그만큼 고무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 “최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 등과의 접견 과정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얻은 정보에 바탕해 하신 말씀 같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 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회의하러 가시죠“라고 말하며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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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9·9절) 행사 참석차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마트비옌코 의장은 지난 5일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날짜와 장소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지금 (북핵 상황이) 남북 문제, 북·미 문제 이렇게 양국 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를 둘러싼 여러 국가의 세력 균형에서 흐름과 틀이 바뀌고 있다는 취지에서 말씀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할 수 있도록 미국 외의 다른 관련국들과 협력해 나가는 데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데 대한 설명이다.

실제 동북아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진전은 동북아 역내의 안보 질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서로 선순환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장기적 비전이다.

현재 북·러, 북·중, 북·일 간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연금개혁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으로 국내적 난관에 직면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가 절실하다. 북핵 중재 역할을 부각시킬 김 위원장과의 전격 정상회담을 호재로 노리는 이유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북·중 혈맹관계의 완전한 복원을 의미한다. 중국 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이 마지막이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에서 북·중 간 전략·전술적 협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꾸준하게 북·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던 201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관계개선을 위한 양자협의를 개시하기도 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에게 핵심은 납북자 문제 해결인데, 스톡홀름 합의 이후에도 실무협의에서 큰 진전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시도가 북·중·러를 밀착시켜 냉전적 대립을 더욱 심화하거나 제재망을 이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의 고립 탈피는 환영할 일이지만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에 대항해 북·중·러의 공동 이익만을 우선시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면 동북아 안보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독려하는 한국 역시 곤란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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